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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년전 보도와 '딴판'

사법부 독립 역설하더니 이제 와선 '이념 공세'

민왕기 기자  2009.03.18 14: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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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보도’ 분석

조선일보가 ‘사법부의 독립 문제’와 관련해 과거와 정반대의 사설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조선은 3년 전인 2006년 2월17일 사설 ‘대법원장의 판결 채점과 법관의 독립’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두산 박용오·박용성씨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절도범은 실형을 선고하고 기업 범죄는 집행유예를 내리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조선은 당시 사설에서 “사법권 독립은 법원 바깥뿐 아니라 상급법원이나 선배 법관 등 법원 안에서의 어떤 압력이나 지시·명령도 없어야 가능하다는 건 헌법학 원론에 나와 있다”며 “법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이 특정 판결에 대해 호·불호를 말하기 시작하면 법관들은 승진에 초연하지 않은 이상 판결할 때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기보다 대법원장 맘에 들지 안 들지부터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음에도 이를 감싸고 돌았던 조선의 태도와 정반대다.

나아가 조선은 16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문제를 조사한 후 “재판 내용과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 냈음에도 이 사건을 이념 문제로 비화시켰다.

지난 6일 신영철 대법관 문제를 ‘좌파 신문’ 탓으로 돌린 데 이어 17일 사설 ‘법원이 이념과 세대로 찢겨선 국민이 신뢰 못해’에서 “국민은 이번 파동을 통해 대한민국 법원이 횡적으론 이념의 좌우로, 종적으론 세대간 갈등으로 크게 찢겨 있고 사법부 안에 세계 어느 나라 사법부에도 없는 사조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념 공세에 이어 세대론까지 동원해 가며 ‘신 법관의 재판 개입’에 대해 물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17일 사설 ‘법원장, 대법원장의 존재 이유와 책임’에서 “조사단은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는 일부 판사의 진술만을 받아들여 재판에 관여했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며 “양형 통일을 위해 경험 많은 부장급 단독판사에게 촛불사건을 집중 배당한 것도 사법행정권을 일탈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는 “이번 파문을 정치 쟁점화하거나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발표를 인정하며 조심스러운 보도 태도를 보였다. 중앙은 사설 ‘e-메일 조사 결과, 사법개혁 계기 되어야’에서 조사 과정과 내용이 모두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판사들이 외부 언론에 내부 자료를 유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과정은 비정상적”이라며 “독립적이어야 할 판사가 스스로 외부의 간섭을 불러들이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사법부, 새로 태어날 때다’에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서열구조와 승진제도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판사들이 법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원장이 지닌 인사평정권과 대법원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법관 인사권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은 드러났지만’에서 “신 대법관이 재판 진행·내용에 관여했지만 촛불 재판 등의 양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조사단의 판단은 석연치 않다”며 “신 대법관과 젊은 판사들의 주장을 절충한 듯한 결론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연루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