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차로 끝내야 할 텐데….”
올해로 15년차가 된 한 지역 신문사의 A 기자는 언젠가부터 후배들과 술자리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경제 한파에 가벼워진 지갑으로 후배들과의 ‘스킨십’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점점 줄어들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네가 내라’고 하기도 뭣하다.
“예전엔 선후배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진한 정을 쌓을 만한 자리가 확실히 뜸해졌어요. 술자리를 가져도 소주 한잔에 간단히 끝내게 되죠.”
결혼하고 연차가 올라 갈수록 경제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위기를 맞아 일단 가정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자녀 양육·교육비 부담에 제일 먼저 줄이는 건 역시 본인의 용돈이다.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몇몇 언론사를 빼고는 선임 급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나 지원비도 상한선이 ‘달랑달랑’해졌다.
그러나 반드시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중견급 기자들의 이야기다. 편집국 인원은 줄어드는데 일은 늘어난다. 대체 인력도 부족하니 오늘밤 ‘달리면’ 내일이 당장 걱정이다. 경제적 이유 못지않게 시간적·육체적 여유가 사라진 것도 큰 이유다.
“저녁 때 술이라도 한잔 사야 하는데….” 선배들은 일주일 내내 출입처에 나가 있다가 가끔 마주치는 젊은 후배들을 앞에 두고도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안 그래도 힘들 텐데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하면 괜히 부담 주는 것 같다”며 건조한 일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서는 게 대부분이다.
개별 언론사뿐 아니라 기자 사회 전체가 그렇게 됐다는 탄식도 들린다. 예전엔 “다른 회사 후배라도 기자라면 모두 내 후배”라는 인식이 있었다. 요즘은 기자실에서 마주쳐도 소 닭 보듯 쳐다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
“기자들 사이의 동질감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어떤 때는 서글프기도 합니다.”
중앙 신문사의 한 차장급 기자는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지회 차원에서라도 선후배들 사이에 소통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소모임을 지원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