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6개월만에 되살아난 경향 노사주협의체9일 열릴 예정이던 경향신문 노조 조합원 총회가 12일로 연기됐다. 노조는 총회에서 노동조합, 사원주주회, 회사 쪽이 참여하는 ‘노사주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젊은 기자들이 협의체 구성에 반대하고 있어 다른 방식의 논의구조 출범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주 협의체’는 이영만 사장이 지난달 20일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고통분담 방안 마련을 위해 제안한 기구다.
2006년 10월 협의기구 출범경향신문에서 ‘노사주 협의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10월 말 ‘구조혁신을 위한 노사주 협의회’가 출범했다. 당시 경영진은 인적개편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렵다는 ‘삼정 KPMG’의 기업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여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고영재 당시 사장은 ‘사즉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구조개편의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회사는 노조와 사원주주회에 비상경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해 11월12일 노조, 사원주주회, 회사 측 대표 각 2명씩 모두 6명이 참여한 협의체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상여금 1년 반납 및 감자(2007년 상반기 논의) △정년 단축 △명예퇴직 도입 등 구조혁신안을 마련했다. 구조혁신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6.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회사는 곧바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개편에 돌입했다.
당시 협의체 제안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만성적인 적자구조, 날로 악화되는 신문시장 여건 등으로 구조개편을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면서 “인력 조정에 반발하는 사원들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데 노조와 사측 모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완으로 끝난 혁신안그러나 노사주 협의체가 어렵사리 마련한 구조혁신안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먼저 60~70명이 목표였던 명예퇴직은 자연감소 등을 합해 30여명에 불과했다. 특히 부장 또는 부국장급 10여명을 한직으로 보내면서 구조조정을 유도했던 파격 인사도 한 두명씩 복귀하면서 흐지부지 끝났다.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한 사원 주식 감자안은 논의만 하고 끝났다. 협의체에서 2007년 상반기로 논의를 미뤘던 감자안은 그해 3월 치러진 사원주주회장 선거에서 회장 후보들이 감자 철회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백지화됐다. 55세로 단축됐던 정년도 2009년 임단협에서 56세로 1년 연장하면서 원래대로 환원됐다.
노사주가 희생을 감내하고 만들어낸 구조개혁안이 시행 2년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당시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개혁안이 흐지부지되면서 체질개선 등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회사와 사원이 합심해 2년 정도만 개혁을 지속했다면 지금과 같은 경영위기 충격보다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젊은 기자들은 경영진이 제안한 노사주 협의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현행 틀로는 근본적 쇄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밑에서는 회사를 존폐 위기로 내몬 경영진과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노조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기자들은 여러 실국 사원들을 만나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데, 직급별·실국별 연차대표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영대책위원회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편집국 한 기자는 “2006년 만든 개혁안이 경영진 교체와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지리멸렬해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직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기구가 활발한 논의를 거쳐 근본적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