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하려면 몇 단계 절차 밟기도…행선지∙취재원 확인 요구도
KBS의 취재 통제 조처 이후 출입기자들의 KBS로 향하는 발걸음이 끊어지고 있다. 기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사실상 통제를 계속 하겠다는 KBS의 조처는 기자들의 취재 의욕을 꺾고 있다. “홍보팀에 연락만 취하면 이전과 다름없이 취재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KBS의 구두 약속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출입기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통제를 ‘체험’한 기자들은 KBS에 더욱 반감을 갖게 된다고 털어놨다.
공식 행사 취재 외에는 발 끊어
KBS에 출입하고 있는 A 기자는 “출입 통제 이전에는 일주일에 2~3일은 직접 가서 취재를 하곤 했다”며 “요즘은 공식적인 행사 이외에는 가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 기자는 “KBS는 예전에도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 그리 ‘열려있는’ 체제가 아니었다”며 “공식적인 장벽까지 생긴 뒤에는 취재를 피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마찰이나 애로를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C 기자는 KBS에 출연하는 연기자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허가를 받기 위해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인터뷰를 위해 홍보팀∙제작진∙연기자측과 번갈아 통화했으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통에 결국 불발에 그쳤다. 출입 기자들은 이전에는 KBS의 심사를 거쳐 출입증을 발급받으면 별다른 제재 없이 연기자 대기실에서 취재가 가능했다.
D 기자는 한 공개 녹화 프로그램의 리허설 시간에 담당 PD를 취재하려 하다가 시간만 허비해야 했다. 제작진과 홍보팀에 연락을 취하고 안내 데스크를 찾아갔으나 그 자리에서 해당 PD와 홍보팀 담당자에게 다시 확인을 취하더라는 것. 게이트를 통과한 뒤에는 내부 관리 직원이 “우리는 연락받은 바 없다”며 취재를 막았다. 이 기자는 “전화 연락만 하면 취재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실제와 달랐다”고 밝혔다. 홍보팀 담당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했던 경우를 경험한 기자도 있다.
담당 PD “요즘 기자 만나기 어렵다”
출입기자들이 신관 본관을 들어갈 때 KBS 측이 만날 사람과 행선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경우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E 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본관에 들어가려 하는데 홍보팀에서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고 확인을 요청해 ‘이건 최대한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애초 약속에 위반된다’라고 항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자연히 취재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D 기자는 “한 담당 PD는 ‘요즘 기자들 만나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좀 자주 찾아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취재원에게 양해를 일일이 구하고 외부로 따로 불러내거나 아예 소속을 밝히지 않고 ‘잠입’ 취재하는 상황도 생겨난다. 직접 대면 취재가 위축되고 전화를 통한 간접 취재에 의존하게 되는 양상도 많아지고 있다.
KBS 측은 지난 2월초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신관 ∙본관에 들어갈 때 홍보팀에게 연락을 취하는 절차만 밟으면 이전과 다름없이 취재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체감도는 다른 형편인 셈이다. 직접 불편을 겪었다는 F 기자는 “KBS 측의 구두 약속은 사실상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BS 조처는 유례없는 일” 지적도
10년 이상 방송을 담당했던 한 종합일간지의 중견 기자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현재 KBS처럼 취재에 제한을 두는 경우는 예전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KBS에 취재 필요가 많은 기자일수록 더욱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1월 출입기자들에게 “신관∙본관 출입 시 홍보팀을 반드시 경유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취재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해 제작발표회 취재 거부 등 반발을 불렀다. 또한 출입기자들이 두 차례 성명을 통해 취재제한 조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자 홍보팀이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취재에 협조하겠다”고 해명해 최근에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