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유쾌하게 발랄하게.” 미디어관련법으로 지난 한 주 간 언론계는 몸살을 앓았으나 투쟁이 부담스럽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었다. 현장을 재미있게 이끈 사회자들,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파업과 투쟁의 문화를 변화시켰다.
SBS 노조 김종일 조합원은 최근 열린 ‘비상총회’와 ‘한나라당 미디어악법 규탄대회’ 등의 사회를 잇달아 맡았다. 그는 조합원들이 2~3백여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재치 있는 진행으로 주목을 끌었다. 투쟁가와 구호를 외치는 순간에는 “이성을 버리세요. 감성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주문, 장내에 폭소를 자아냈다. 또 노조를 어려운 곳으로 생각하지 말라며 “노조는 화장실입니다. 분노가 있으면 와서 다 푸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 전 노조 신임 사무처장이 된 김 조합원은 지난해 여름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교양PD로, 평소 진지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을 계기로 인기 진행자로 등극했다는 후문이다.
YTN 박진수 조합원은 YTN의 여러 집회 현장 사회자로 활동해왔다. 2일 YTN의 첫 제작거부 투쟁 출정식에도 사회자로 나선 그는 “지역에서 오신 분들 어디 계신가요? 저분들 잘 챙겨야 합니다. 서울에서 길 잃어 버립니다”라는 말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구본홍은 물러가라’를 속으로 계속 외는 이른바 ‘구본경’도 만들어 냈다. 박 조합원은 YTN의 공인된 분위기 메이커로, 2백30일 가까이 된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지치지 않고 유쾌하게 이끌어온 일등 공신이다. “웃으면서 동료 구합시다. 비비디 바비디 부.” 회사의 징계조치로 정직 3개월을 받은 바 있는 박 조합원은 몇 달 전 허리를 다친 상태지만 다른 해·정직자들을 걱정하며 집회 진행을 도맡아 하고 있다.
‘뻔뻔하지만 펀(fun)하게 살자’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는 CBS 김대훈 조합원도 CBS의 총파업 출정식에서 재미있는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조합원은 “10년 전에도 플래카드를 붙이고 엠프를 나르고 했는데 오늘도 제가 했습니다. 대견하지 않습니까”고 말문을 열어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켰다. 최근 사무국장이 된 그는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투쟁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조합원 개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국에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오락담당’을 해온 김 조합원은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즐겁고도 강하게 투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MBC노조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홍보 방안을 선보였다. 일부 집회와 문화제는 라디오 PD 조합원들에게 기획과 섭외를 맡겨 준비하기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세계인에 전하는 메시지’ UCC도 주목을 끌었다. 집회 현장에도 등장한 ‘게릴라 선전단’도 마찬가지. MBC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MBC의 주요 프로그램과 뉴스를 자체 제작해 방송하는 ‘디지털 방송국’ 운영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MBC노조 김현철 홍보국장은 “파업 문화에 익숙지 않은 젊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조합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반응도 좋아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