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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영정을 든 채 집회에 참석했다. 오른쪽 끝으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모습이 보인다. | ||
프레스센터 앞마당에 모처럼 따사로운 봄볕이 쏟아진 토요일 오후, 총파업으로 휴일조차 잊은 언론노동자들이 모였다. 그 자리에는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의 유가족이 검은 상복으로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시민들도 하나 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 주최로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과 MB악법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는 1천여 명의 언론노동자와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미디어관련법 상정이 예상되는 2일 국회 본회의를 이틀 앞둔 이날 집회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한국언론계의 상징인 프레스센터에 함께 모인 언론노조의 주요 지∙본부장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어제 벌어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피습’ 논란으로 말을 시작했다.
“제가 어제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70세 먹은 노인을 폭행범으로 몰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대한민국 1,2,3위의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왜 집요하게 미디어악법을 통과시켜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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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노조 조합원들이 미디어관련법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박수를 받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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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S, 아리랑TV, EBS, OBS, SBS, YTN, 한겨레 등 언론노조 소속 지본부장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새로운 낙하산 사장 논란으로 파문을 겪고 있는 OBS 희망조합의 깃발도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노중일 신임 노조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YTN에 이어 OBS에 MB 특보가 사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전 노조위원장에 이어 조합원들의 단식투쟁이 18일째입니다. 전 조합원이 똘똘 뭉쳐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방송 OBS를 목숨걸고 지켜내겠습니다.”
2일부터 전면 제작거부를 준비하고 있는 YTN노조의 노종면 위원장은 “‘MBC발(發)’ 파업에 YTN도 함께 하겠다”는 재치있는 풍자로 웃음과 박수를 함께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이는 용산참사에서 숨진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 정영신씨였다. 열기가 오르던 집회는 돌연 숙연해졌다. “가난한 것이 죄입니까”라는 정씨의 절규는 프레스센터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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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의대회 도중 집회 참석자 뒤에 대열을 갖추고 있던 경찰과 참석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취재 기자들도 뒤엉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진입해 집회 사전 봉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몰려드는 참석자들을 막지는 못했다. 집회 도중 경찰은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 방송을 내보내 참석자들은 야유로 맞서기도 했다. 한때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경찰들이 몸싸움을 벌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집회가 끝날 즈음 봄볕은 뉘엿뉘엿 숨어들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전운이 감도는 여의도 국회를 향해 불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