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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일보 김호경기자 | ||
‘쌀 직불금 파동’ 관련 국민일보의 잇따른 특종 보도가 왜 한국기자상 선정 대상에서 배제됐는지 심사위에 묻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기자상 시상이라는 게 어떤 기준에서, 어떤 보도 모델을 지향점으로 행하는 것인지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답변을 듣고자 한다.
당시 시경캡으로서 착잡함을 무릅쓰고 되짚어보겠다. 무릇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자상의 선정 기준은 해당 기사에 얼마나 기자들의 피땀이 어려 있는지, 탐사의 주체가 온전히 기자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사회적 파급력은 어느 정도 위력적이었는지, 그리고 보도의 결과가 얼마만큼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성과물로 귀결됐는지 하는 점 등일 것이다. 표현 방식은 저마다 다를지언정 특종 보도와 관련한 여타 심사 기준이 대부분 같은 맥락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론 종사자 누구나가 동의할 수 있는 이 같은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일보의 쌀 직불금 특종 보도 시리즈가 한국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에 선정된 다른 보도에 비해 도대체 어떤 측면이 뒤쳐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일보의 쌀 직불금 특종 시리즈는 지난해 10월2일 <공무원 4만여명을 포함해 최소 17만명이 직불금 부당 수령>이라는 정당팀의 단독 보도에서 시작됐다. 감사원이 감사를 해놓고도 끝까지 덮고 있던 사실을 본보가 2007년 6월 첫 정보를 수집한 이래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마침내 세상에 드러낸 내용이다. 이어 6일에는 오랜시간 정보공개 등을 통해 분석한 자료와 현장 곳곳의 취재를 바탕으로 <이봉화 차관 쌀직불금 부당신청> 기사를 사건팀에서 단독보도했다. 다음날에는 <이 차관, 허위 자경확인서 제출>을 단독보도했다.
이후 연말까지 <사정당국, 직불금 비리 의혹 내사 착수>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 520명 직불금 수령> <올해도 직불금 22만여명 부당 수령> <직불금 명단 CD로 제작해 지난해 노무현 청와대에 전달> <농식품부가 2006년 11월 청와대에 쌀직불금 문제점 보고> <농림부가 2008년 이명박 인수위에 쌀직불금 축소보고> <2008년 쌀직불금 신청자 강남 서초구만 753명> <대기업 CEO, 변호사, 교수 등 고가 아파트 7곳 64명 농사 안 짓고 쌀직불금 신청>을 연달아 특종보도했다. 타 매체들은 처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하거나 소극적이었지만, 본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따라 곧 고위공직자들의 편법적 농지소유 실태에 대해 전면적인 취재에 나서는 등 관련 기사들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최초 기사를 쓴 기자 이름으로만 신청해야한다는 심사위의 이해할 수 없는 ‘인원 제한’ 통보로 인해 이달의 기자상 신청 때는 단 3명의 이름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련의 개별적인 단독 기사들은 국민일보 정당팀과 사건팀 인력 대부분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수도권과 지방 곳곳의 농지 현장을 찾아다니고, 온갖 인물데이터베이스와 수천 건의 주민등록등본을 분석하는 등 총력전을 벌여 일궈낸 것이다. 그건 해당 기사들을 성실히 살펴본 심사위 관계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일례로 타워팰리스, 도곡렉슬아파트, 동부센트레빌, 현대아파트, 삼풍아파트, 롯데캐슬클래식, 우성아파트 등 강남의 대표적인 초고가 아파트에서 별의별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민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작태를 처음 밝혀낸 기사들을 보면 기자들의 진한 땀 냄새를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시종 압도적인 단독보도 행진을 놓고 언론계에서는 “국민일보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전체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지만,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국민일보 역시 백지상태에서 착수했던 것이다.
본보가 연 1조원 이상 투입되는 국가예산이 어떤 식으로 낭비되는가를 철저히 밝혀내면서 감사원은 그간 깊숙이 은폐해왔던 감사결과를 결국 공개하고 말았고, 감사위원 전원이 일괄사퇴하는 초유의 대국민 사과조치도 취했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수령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재조사에 돌입해 공무원 사회가 발칵 뒤집혔으며 정치권이 국정조사까지 개최한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여야의 끝없는 충돌과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정부측의 막무가내식 버티기로 국정조사가 공전을 거듭하자 본보는 다시 <직불금 보도 50일…지금 농촌은>이라는 전면 르포물을 3회에 걸쳐 보도하며 사안의 심각성 및 대책마련의 시급함을 환기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정부는 한승수 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신청 또는 수령했다가 걸리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법 개정을 결정했다. 국회 농해수위는 연 3700만원 이상 농업 외 소득자를 쌀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실경작 여부를 철저히 조사토록 규정한 쌀소득보전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온갖 취재상의 난점과 보도상의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두 달 이상 지속적인 고발기사를 이어감으로써 뚜렷한 제도 개선책과 함께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정신을 전사회적으로 다시 생각케하는 성과를 낳은 것이다.
KINDS를 통해 기사 검색을 해보면 본보가 첫 보도를 한 2008년 10월2일부터 한국기자상 제출대상 기간인 12월31일까지 각종 매체(영자신문과 지역주간신문 제외)를 통해 보도된 쌀 직불금 관련 기사는 4650건에 달한다. 채 두 달도 안되는 기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횟수다. 기사와 별도로 사설만해도 같은 기간 총 106건이 게재됐다. 물론 본보 보도 이전에 쌀 직불금 문제를 다룬 기사나 사설은 거의 없었다.
이제 정리해보자.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도 과정에서의 땀방울의 양과 질, 소재상의 획기성, 여타 매체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며 전국적 이슈로 견인해 간 주도성, 국민 대다수가 문제의식에 공감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보편성, 사회에 미친 심대한 파장과 뚜렷한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자상 대상감이 되기에 부족하단 말인가. 이 정도라면 한국기자상 대상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에 충분치 않은가. 심사위가 생각하는, 2002년부터 7년째 배출하지 못한 대상의 조건은 대체 무엇인가. 그런데 본보 보도가 대상은커녕 수상작에도 포함 될 수 없다?
심사위원장이 한 수상작에 대해 밝힌 심사평을 보자.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는 기본을 무시한 비정상적 인사행태와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를 폭로함으로써 언론의 권력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성격상 후속보도가 많지 않아 단발성에 가까운 기사였다는 약점이 있었으나 방송장악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사안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녕 국민일보의 쌀 직불금 특종이 이 기사의 의미, 파장보다 뒤떨어진단 말인가.
사실 기자상 심사위에 대해 의아함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단 본보 기사 때문만이 아니었다. 일례로 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에 선정됐던 <200억대 총수 돈 관리 대기업 직원, 몰래 사채로 운용> 기사를 보면 도대체 기자가 무슨 ‘전모를 파헤쳤다’는 건지 이해할 도리가 없다. 해당 기사의 취재과정은 경찰이 이런 수사를 한다더라는 정보를 기자가 지인으로부터 전해듣고, 나중에 수사주체를 찾아 수사내용을 알아냈다는 게 전말이다. 경찰 수사내용 외 기자가 발굴한 주요 팩트가 있는가. 사회면 톱도 아니고 불과 4매 정도 분량에 사건 주체는 횡령 직원인데다 대기업 이름은 익명처리됐으며, 가장 중요한 비자금 의혹을 추적한 부분도 일절 없다. 경찰은 보도 당일 곧바로 그간의 수사내용을 브리핑 했다. 본질적으로 사건을 파헤친 주체는 경찰이지 기자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평은 이렇다. “대기업 총수의 개인 자금 담당 직원이 비자금을 사채로 운용하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청부살인까지 계획한 전모를 파헤쳤다.”
몇달 뒤 같은 신문의 다른 수사당국 관련 단독기사에 대해 심사위는 거의 정반대의 엇갈린 잣대를 들이댄다. <박연차 태광실업회장 및 노건평씨 관련 의혹 추적보도>가 한국기자상에서 탈락한 데 대해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이 이미 전반적인 수사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다 사건의 성격상 이 보도가 아니면 까발려지지 않았을 것인지에 대해 주목했다. 기사가 검찰 수사를 촉발시켰다기보다 진행 중인 수사를 다른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앞서나간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도대체 경찰 또는 검찰 수사 관련 보도에 대한 심사위의 원칙은 무엇인가.
2001년 12월 이른바 ‘윤태식 게이트’에 대한 이달의 기자상 선정 때는 필자가 당시 서울지검 출입기자들을 대표하다시피 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을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적이 있다. 기협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면 나올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단독 발굴기사가 아니라 엠바고를 파기해 보도만 먼저 한 반칙기사일 뿐이다. 작성자를 익명으로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기사에 ‘특별취재반’이라는 떳떳치 못한 바이라인을 붙여 엠바고를 파기했다.‘특별취재’된 내용은 전혀 없는데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였기 때문에 출입기자들은 강경 분위기 속에 곧바로 징계회의를 소집, 1개월 출입정지를 결정했다. …기협 심사위는 엠바고는 먼저 깨는 게 임자라는 교훈을 남기고 싶은 건가. 게다가 기사는 타사 기자들이 미처 몰랐던, 해당 기자들만의 땀 냄새가 역력한 취재 내용이 보이지 않는 막연하기 짝이 없는 기사다.유일하게 새로운 팩트가 민주당 당직자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대목인데, 그나마 오보임은 보도 당일 판명된 바 있다. 이렇다 할 후속보도도 없는 단발성 엠바고 파기 기사라는 데 대해 심사위는 동의할 수 없는 건가?”
그 무렵 국민일보 사회부 기자들은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본보의 <“최종길 교수 창밖 던졌다”…73년 당시 中情직원 타살 새 증언> 단독보도가 탈락되고 어이없는 엠바고 파기 기사가 선정된 데 항의해 전원 기협을 탈퇴한 바 있다(타지가 대부분 1면 톱이나 사이드로 받았던 최종길 교수 기사는 몇 달 뒤 동아투위 주관의 ‘제14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을 본보나 타사의 경우를 통해 간간이 전해 들어오다, 이번에 부재지주들의 온갖 작태와 실경작자인 농민들의 고통을 전면적으로 사회문제화한 쌀 직불금 특종보도가 뜻밖에 탈락하는 사태를 겪고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한국언론재단측에서도 이번 심사결과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했다는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고 임의성의 혐의가 짙은 심사 결과로는 심사위원장이 심사평에서 언급한 “‘한국의 퓰리처상’으로 자부하는 한국기자상의 권위”는 그렇게 굳건히 세워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이 상의 권위가 더욱 고양되기 위해서라도 이번 심사 항목 및 내용들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 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
끝으로 꼭 한가지! 이 글이 한국기자상 수상 기사의 사회적 의미나 해당 기자 동료의 노고를 폄훼하려는 의도에서 기술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본보 보도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연유에 대해 어디까지나 심사위를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 부분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국민일보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