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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섭 경향신문 미디어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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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취재·편집 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지혜를 더해 주신 경향신문 선후배들과 방송사 관계자들, 졸고를 높이 평가해준 한국기자상 심사위원단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미디어 기사 홍수의 해’로 기록된 지난 한 해 동안 취재 현장에서 고생을 함께한 동료 미디어 담당 기자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
2008년에는 새 정권의 출범과 함께 국내 언론계와 미디어·영상산업 현장에도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당선된 ‘이명박호’의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실력’과 ‘자신감’으로 국정을 펼쳐나갈지 기자로서 관심이 많았다. 참여정부 이후 권력이 미디어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역시 특별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언론계에 아름답고 건설적인 어휘보다는 ‘방송장악’ ‘낙하산 인사’ ‘언론인 해고’ 등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문구들을 다시 등장하도록 이끌었다.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를 비롯해 각 방송사 사장 등을 이른바 대통령 측근으로 갈아 치우는 낙하산 인사도 시작했다.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가 법에 보장된 KBS이사장, 이사, 사장의 임기를 무시하고 수사·감사기관을 총동원, 핑곗거리를 찾아내 그들을 차례로 사퇴·축출시켰다.
그러던 와중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 중식당 ‘도원’과 인연이 닿았다. 방송계 및 여권 인사들과 우연히 식사를 하다가 “바로 이곳에서 비밀회의가 열렸다는군”이란 말이 나왔다. 매일 수십 개씩 떠도는 소문 가운데 하나였지만 왠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각조각 팩트를 수집하고 교차 확인하면서 힘겨운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결국 8월17일 ‘도원’에서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 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이사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김인규 씨의 대체 카드인 김은구 씨를 KBS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비밀스러운 ‘면접’과 ‘대책회의’가 벌어진 사실이 완벽하게 재현됐다.
불려간 게스트들의 발언도 모두 수집됐다. 이 대변인으로도 모자라 청와대에서 정 실장까지 참석한 이유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차마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보도 당일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을 시인하며 “우리는 듣기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명도 참석자들끼리 사전 조율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보도 이후 김은구 씨가 낙마하고 이병순 씨가 사장이 됐다. 그러나 사장만 바뀌었을 뿐 KBS는 여전히 관제방송 논란에 휩싸여 있다. 만인에게 통용되는 법치, 권력과 언론관계의 정상화,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독립성 보장이 아쉬운 때다. 청와대와 이 사장은 ‘개방성’은 ‘자신감’과 ‘능력’의 다른 표현이란 사실을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