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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쇠고기 협상 관련보도

제40회 한국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경향 강진구 차장

강진구 경향신문 경제부 차장  2009.02.18 15: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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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구 경향신문 경제부 차장  
 
5월 촛불항쟁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연수를 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나간다. 노트북을 꺼내보니 지난해 5월 한 달 동안 농수산식품부를 출입하던 오관철 기자와 함께 한 팀이 되어 출고한 1면 기사가 20건이 넘는다. 첫 게재일자가 5월5일이니 사실상 한 달간 거의 쉬지 않고 매일 1면 커버기사를 쏟아낸 셈이다.

당시 농식품부 기자실의 하루일과는 경향신문의 1면기사를 읽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적당히 파문을 봉합하고 넘어가보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정부 협상과정의 문제점, 새로 밝혀진 미국의 허술한 광우병소 관리 실태 등 농식품부는 연일 경향신문의 문제 지적에 면피성 해명자료를 내놓기 급급했다. 담당 실·국장들을 찾아가면 미국 측의 계약위반에 대한 진지한 검토 대신 “이쯤에서 마무리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 올뿐이었다.

충격적인 대목은 내가 만났던 우리측 협상대표 중 그 누구도 미국과 협상이 끝나고 난후 미국의 연방관보를 제대로 정독해본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동물사료금지조치에 대한 기초적인 영문오역 역시 경향신문취재팀이 문제제기가 있고 3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잘못을 인정할 정도였다.

솔직히 지금도 정부 내에 과연 몇 명이나 ‘한해 광우병 의심소 40여만 마리(5월7일자) ’병든 소·죽은 소도 사료허용‘(5월13일자) ’광우병위험물질 제거증명 목축업자가 발행‘(5월15일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8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 둥지를 튼 이후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연일 착잡함이 앞선다.

‘MBC피디수첩에 대한 정부와 검찰의 탄압’, ‘수개월간 농성 끝에 무차별 연행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자’, ‘언론소비자주권운동을 벌이다 법정에 서게 된 네티즌들’.

반면 ‘싸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게 됐다고 선전하던 국가최고지도자’, ‘미국정부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느냐는 장관’, ‘광우병은 복어독 같아서 광우병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수석협상대표’는 광우병괴담의 피해자로 둔갑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인 존 스튜어드 밀은 말년에 현실자본주의를 보며 “현실세계에서 진리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절망감을 토로한 바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집어던진 이라크 기자의 심경이 그와 비슷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월 촛불항쟁의 한복판에서 국민과 함께 했던 경향신문이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과 회사를 떠나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영광이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