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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국의 국경…' 탈북자 인권실태 생생한 추적

제40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 김학순 심사위원장

김학순 심사위원장  2009.02.18 15: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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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순 심사위원장  
 
한국기자상이 어느덧 40회째를 맞았다. 시대가 갈구하는 탁월한 보도와 민주언론창달에 기여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67년부터 시상해 온 한국기자상은 ‘10월 유신’이 단행됐던 1972년과 신군부 통치시절인 1980년, 두 차례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공로상을 포함해 모두 101작품이 심사대상에 올라 10개의 수상작이 나왔다. 영예의 대상은 유감스럽게도 2002년부터 7년째 배출하지 못했다. 대상 후보로 거론된 1개 작품을 놓고 투표를 했으나 과반 득표에 미달했다.

지난해 지역 언론사의 작품이 압도적 강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올해는 지역 취재보도 부문과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 각각 한 편의 수상작만 내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해마다 그렇듯이 대부분의 작품이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어서 우열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 수상작은 사소한 장·단점까지 집어내는 난상토론을 거쳐 심사위원 18명의 투표결과 과반수 득표 작품으로 한정했다. 2차 토론 심사대상에 올린 작품은 원칙적으로 10점 만점에 평균 8.10점을 얻은 것으로 정했다. 다만 일부 부문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한 점수를 얻은 작품이라도 2차 토론 후보작품으로 제안이 있을 경우 투표를 거쳐 토론한 뒤 최종 투표대상에 올렸다. 그런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평균 8.04점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으나, 8.0 이하 작품이라도 심사위원의 제안이 있었던 것은 토론 여부를 재검토했다. 행여 단 한 편의 작품이라도 기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심사위원들은 자사 출품작에 대해서는 투표권은 물론 보충설명 권한도 일절 배제하는 엄격한 원칙을 적용해 공정성 담보에 최고의 비중을 두었다. 이런 원칙은 오래 전부터 이달의 기자상 심사 때도 적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심사토론과정에서 정파성이나 이념적인 논란거리가 담겼다는 지적들이 나온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이 같은 요인까지 검토하되 기사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3개 출품작 가운데 이례적으로 경향신문의 2개 작품이 선정됐다. ‘한미쇠고기 협상 관련 보도’는 2008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여러 건의 특종보도로 다른 매체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정부의 각종 자료, 미국 연방관보, 인터넷 등을 검색해 경쟁매체들이 쓰지 못한 기사를 단독으로 수차례에 걸쳐 보도한 점과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 샀다. 논란이 된 촛불시위에 악영향을 미쳐 가치중립성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출품작은 광우병 문제 자체보다 미국과의 협상 오류를 추적하고 파헤친 것이라는 반론이 우세했다.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는 기본을 무시한 비정상적 인사행태와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를 폭로함으로써 언론의 권력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성격상 후속보도가 많지 않아 단발성에 가까운 기사였다는 약점이 있었으나 방송장악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사안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동아일보의 ‘박연차 태광실업회장 및 노건평씨 관련 의혹 추적보도’는 근소한 표차로 고배를 들어 안타까운 순간을 연출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 문제를 검찰 수사 진행보다 앞서 독자적인 취재로 다른 언론을 선도한 점에 높은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전반적인 수사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다 사건의 성격상 이 보도가 아니면 까발려지지 않았을 것인지에 대해 주목했다. 이를테면 김영삼 정부 시절의 김현철 사건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아들들의 부패사건 수사 당시처럼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검찰의 적극성 면에서 사뭇 대비된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기사가 검찰 수사를 촉발시켰다기보다 진행 중인 수사를 다른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앞서나간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수상에 필요한 과반수 지지를 흔쾌하게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행로와 인권실태를 영상과 신문기사로 동시에 생생하게 추적해 세계적인 주목도와 파장을 이끌어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러 매체에서 다룬 이슈지만 신문·방송의 융합시대에 걸맞게 크로스미디어의 효과를 배증시켰다는 호평이 있었다. 다만 신문 기사로서는 차별성과 수월성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이 아닌 취재팀의 두 PD에게는 특별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비정규직 800만 시대’는 우리 사회의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를 총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피부에 와 닿게 접근했다는 점이 고득점 요소였다. 결론 부분의 이념적인 편중이 취약점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근소한 표차로 수상권에 든 것은 이런 이유가 어느 정도 작용한 듯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KBS 시사보도팀 ‘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는 소문으로만 나돌았을 뿐 밝혀내기 힘들었던 ‘취재 성역’을 깨뜨리고 피해 당사자들의 충격적인 증언을 유도해 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은밀한 사생활 때문에 다물고 있던 입을 열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경각심도 높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 달 후속보도를 통한 마무리도 훌륭했다는 평이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구 MBC의 ‘무너지는 버스 준공영제, 혈세 1700억 샌다’가 단독 수상작으로 뽑혔다. 집요한 취재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만든 생활밀착형 수작으로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북CBS의 ‘AI 기획리포트 “잔인했던 봄, 그리고 앵무새의 경고’가 단연 돋보였다. 문제점과 해결책 제시 등 기사의 완성도가 높았음은 물론 전국적인 이슈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돋보이는 기사였다. 지역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매일신문의 다민족 다문화 시리즈가 후속 보도까지 알차게 뒷받침했으나 투표 결과 간발의 차이로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 이와 유사한 주제인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룬 광주일보의 ‘고마워요 당신의 땀방울’에 비해 짜임새 있는 기사였으나, 다른 매체가 많이 다룬 사안에서 차별적 탁월성을 일궈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 때문에 결정적인 지지를 얻어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전문 보도 사진부문 연합뉴스의 ‘무법의 전당’은 아수라장 현장의 순간 포착이 탁월해 많은 신문들이 자사 기자가 찍은 사진을 제쳐놓고 이 작품을 1면에 실을 정도로 우수했다.

YTN의 ‘돌발영상팀’은 뉴스의 새 장르를 개척했으며, 그로 말미암아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비운을 맞아 특별상을 받게 됐다. 돌발영상팀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벌이다 회사 쪽으로부터 해고와 정직을 당한 아픔도 겪었다. 정치인들의 가십과 에피소드를 많이 다뤄 때로는 공익과 다소 거리가 있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있었음에도 다수표를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중국 동북3성 최초 특파원으로 활약하면서 취재 현장으로 가다 교통사고로 순직한 연합뉴스의 고 조계창 선양특파원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조 기자는 평소에도 약자들에게 따뜻한 가슴을 보여주었으며, 충일한 기자정신과 성실함이 없었었다면 그날 불행한 사고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동료들의 증언이 심사위원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들은 탈락시키기 아까운 작품이 적지 않아 몇 편이라도 더 수상작을 내고 싶었지만 ‘한국의 퓰리처상’으로 자부하는 한국기자상의 권위를 위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참고로 한국기자상은 소속 언론사에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출품작을 낸 기자협회 회원 개개인에게 주는 것이어서 사전에 정해진 원칙을 어겨가며 ‘회사 안배’를 고려하지 않는 전통을 굳게 지키고 있음을 거듭 밝혀둔다. 이 역시 상의 권위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의 퓰리처상도 똑같은 원칙을 지켜 특정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한 해에 여러 분야의 상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심사위원회는 앞으로 온라인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사진 부문에서는 한국사진기자협회의 기준처럼 지면에 반영되지 않은 우수 작품도 심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으나 ‘이달의 기자상’이나 ‘한국기자상’이 보도되지 않은 작품을 대상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