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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자'가 살아가는 법

김혜림 국민일보 생활과학부 부장  2009.02.11 14: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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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림 국민일보 생활과학부 부장  
 
격세지감(隔世之感). 수습기자들이 남녀 동수거나 오히려 여기자가 많은 것을 볼 때, ‘3개월간 산휴 다녀와서 뵙겠다’는 후배 여기자 인사를 받을 때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사 수습기자 모집요항에 ‘군필자에 한함’이라는 단서가 붙은 곳이 적지 않았고 여기자를 뽑는 회사도 고작 2~3년에 1명 정도였다. 어렵사리 입사한 뒤에도 평탄치 않았다. 출산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 회사를 두번 퇴사하고 세번 입사하는 기록도 나왔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것. 그래도 그 신문사는 인간적이다. 재입사를 받아줬으니. 아예 여기자를 뽑지 않거나 결혼하면 그만두겠다는 서약을 받은 곳도 있었으니 말이다.

기자도 첫 아이를 임신한 뒤 퇴사, 대학원 공부를 하다가 신생사에 경력기자로 입사했다. 신문사 여러 개가 한꺼번에 생겨 ‘기자 수요’에 비해 ‘남자 기자 공급’이 딸리지 않았다면 재취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케케묵은, 그것도 듣기 좋은 것도 아닌 옛날 얘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데스크를 비롯한 인사 고과자들은 남녀차별이 ‘정석’이었던 바로 그 시대에 현장에서 뛰었던 이들이라는 점을 짚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여기자가 많으면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 낳는다고 석달이나 쉰다니 직업의식이 있는 거야, 뭐야.’ 이렇게 혼잣말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더러는 ‘똑똑했던 여기자들이 아이만 낳고 나면 게을러진다’고 드러내놓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산천은 변했는데 인걸은 의구한 셈이다.

다른 워킹맘들도 그렇겠지만 엄마 기자에게 절대 모자란 것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업무시간을 가불해 보충할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라.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이곳, 여성에 대한 원천봉쇄는 사라졌지만 유리천장까지 없어진 것은 아님을 명심하자.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느냐고? 그렇다. 그게 문제다.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답은 없다. 형편에 따라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혹 아이가 다치거나 대학입시에서 낙방하거나…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러고 살까’ 후회하겠지만, 현장을 떠난다면 하루 23시간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 그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