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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겐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죠"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장우성 기자  2009.02.11 14: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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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우종 기자와 딸 혜빈 양.(사진=디자인하우스)  
 
딸에게는 목공 배워 가구 선물
아내와는 밤새 이야기꽃


‘혜빈이 아빠’ 류우종 기자는 불가사의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평소 일정은 여느 기자와 다르지 않았다. 잦은 지역 출장 생활을 알려주는 듯 처음 전화 통화를 했을 때 그는 2박3일 예정으로 강원도 태백에 취재를 가는 길이라고 했다.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는 애주가로 유명했다. 그 비결은 요즘 유행어처럼 번지는 ‘소통’ 덕분이었다.

혜빈이와 아빠는 2년 전 ‘카메라가 생겼어요’(디자인하우스 펴냄)라는 책을 냈다. 혜빈이가 카메라를 배우면서 쓴 일기를 아빠의 함께 엮었다. 류 기자의 사랑스러운 딸이 카메라를 처음 잡은 것은 세 살 때, 한 필름 회사에서 연 이벤트에 응모해 받은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계기가 됐다. 나이를 먹자 사진기자인 아빠의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빠와 사진을 찍으며 남긴 일기가 한 권의 책이 됐다. 모녀는 뷰파인더에 비친 세상을 함께 바라보며 소통했다.

열두 살 혜빈이는 외동딸이다. 이유가 있다. 주위에선 둘째를 낳으라고 성화였다. 제일 먼저 딸에게 물었다.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아니.” 류 기자 부부는 항상 아이의 의견을 먼저 듣고 큰 문제가 없는 한 항상 존중한다. 바로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보자는 부부의 합의 때문이다.

혜빈이의 방에도 아빠의 사랑은 군데군데 묻어난다. 모든 가구는 아빠가 직접 만들어준 선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직접 나무를 깎고 그림을 그려 필통을 선물했다. 며칠 가지고 다니다 말 거라던 생각은 지레짐작이었다. 필통을 소중하게 아끼는 딸의 모습을 보며 아빠는 기꺼이 목수가 됐다. 짬을 내 공방에 다니며 목공 일을 익혔다. 그의 야심작은 혜빈이의 책상. 건강을 위해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결혼할 때 가져가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며 은근히 자랑이다.

‘좋은 아빠’는 그렇다 쳐도 설마 ‘좋은 남편’까지 되기란 언감생심이 아닐까. 류 기자는 그런 ‘불가능한 작전’마저 성공해냈다. 애주가 기자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이야기지만 아내도 그 못지않은 주량이란다. 아예 양조기를 집에 들여놓고 부부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신다. 아무리 늦어도 집에 가면 아내와 맥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 때로는 시국에 대한 토론이 밤새 차곡차곡 쌓인다. 대학 때 과 선후배로 처음 만나 연애 열한 해 만에 동반자가 된 결혼 12년차. 같이 한 날들이 20년이 넘었지만 진솔한 부부 간의 대화는 항상 새로운 느낌을 남긴다. “술 먹고 외박하고 출장이 잦아도 와이프가 짜증 낸 적이 없어요. 그만큼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카메라에 빠졌던 혜빈이는 요즘 패션 디자인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 며칠 뒤부터는 기타를 배울 계획이다. 자기 이름의 동화책도 쓰고 있다. 영어·수학은 집에서 엄마가 가르친다. 류 기자는 혜빈이의 미래는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게 아빠의 유일한 주문이란다. “가정이 편안해야 바깥에서도 편안하죠. 아이와 아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조금만 소통하면 가족을 잇는 튼튼한 끈이 생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