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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내 게시판 실명제 일방 전환

KBS 기협 "이병순 사장 개입설" 제기

장우성 기자  2009.02.08 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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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들의 신관.본관 출입을 통제하는 등 취재를 제한해 비판을 샀던 KBS가 이번에는 보도본부 기자들이 이용하는 사내 익명게시판을 실명제로 일방적으로 전환해 기자들의 큰 반발을 부르고 있다.

KBS 김종률 보도본부장은 6일 사내 보도정보 게시판에 글을 올려 “6일부터 KBS 디지털보도정보시스템에 기반한 게시판을 익명제에서 실명제로 전환할 것으로 해당 관리팀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김 보도본부장은 전환 이유에 대해 "익명게시판은 구성원의 반목과 질시를 부르는 진원지"라며 “국장, 팀장들이 연석회의에서 실명제 전환을 만장일치로 결정해 건의했으며 보도본부장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은 익명게시판 폐쇄 결정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통제 방침의 하나라며 집단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6일 성명을 내고 “간부들의 이번 결정은 미네르바를 잡아넣으면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번 정권보다 더 유치하다”라며 “KBS 기자들의 지성을 믿지 못하는, 후배 기자들에 대한 배신 행위이며이 비판 한마디 쓴소리 한마디에도 참을 수 없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에 사장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강제 실명제의 배경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자유로운 비판정신이 살아있고, 우리 뉴스는 물론 정부의 실책까지 날카롭게 비판하는 기자들의 소통공간을 회사가 정책적으로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이 결정이 통보된 직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기자들의 대표성이 없는 본부장 이하 간부들이 기자협회와의 아무런 사전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게시판 실명제 결정을 내린 것은 권한 밖의 일을 자행한 것”이라며 “최근 우리 뉴스와 조직 운영에 대한 내부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명제를 전격 실행한 것은 그 배경이 극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KBS 보도정보시스템 내에서 운영되는 익명 자유게시판은 KBS 기자협회가 요구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기자협회장이 관리자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이병순 사장 취임 뒤 익명게시판 실명제 전환이 한 차례 논의되기도 했으나 기자협회의 반발로 수그러든 적이 있다. 이후 당선된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은 ‘익명 게시판 폐쇄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전환 방침 결정 과정에서 기자협회에는 전혀 연락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 기자협회는 앞으로 모든 회원들이 민필규 회장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계속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로 했으며 실명제 전환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는 별도 블로그를 만들어 시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