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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사원 파면·해임 사태가 KBS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제작거부와 징계 수위 경감으로 일단락됐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징계 재심 특별인사위원회의 결과가 알려진 뒤 KBS 기자협회·PD협회 연합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현석 기자, 양승동 PD, 성재호 기자(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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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협·PD협 발언권 강화…2월 국회 ‘공영방송법’ 국면 변수KBS 파면·해임 중징계 사태가 징계 수위 경감으로 일단 정리됐다. 이에 대해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병순 사장에게 거둔 첫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9·17 보복 인사, 미디어포커스·시사투나잇 폐지, 제작 자율성 침해, 제작환경 악화 등 각종 논란이 계속되던 가운데 처음으로 회사 쪽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중징계에 기자와 PD들이 대대적으로 반대에 나선 것도 그동안 쌓인 것이 일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이병순 사장 취임 뒤 제작 일선에서 ‘기계적 균형성’을 강조하는 팀장, 데스크와 사사건건 충돌이 잦아지고 KBS가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느꼈던 무력감과 불만이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식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면이라는 극단적인 조처를 맞아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작용했다.
결국 사측의 선택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KBS 내 일부에서는 이번 파면 사태가 이병순 사장·유광호 부사장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유광호 부사장은 이병순 사장이 KBS 비즈니스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내면서 구조조정 등 노무관리 부문에서 크게 신임을 얻은 인물. 2000년 KBS 노조가 통합방송법 반대 총파업을 벌일 때도 사측 노무정책의 실무를 맡았던 ‘노조 전문가’이기도 하다. 파면이라는 초강경 카드는 당사자들을 회사에서 실제 내보낸다기보다는 노조를 압박하고 사내 저항 동력을 무력화시켜 앞으로 사내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의미였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사측의 계산이 빗나간 부분은 KBS 기자협회·PD협회가 벌인 예상 외의 거센 저항이었다.
사측은 설 연휴 이전부터 파면·해임 조처를 정직으로 낮추겠다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제조건은 징계 대상자들이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등 ‘개전의 정’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KBS 기협과 KBS PD협회는 사과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심 특별인사위원회가 열리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유 부사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를 거부했고, 사과 조건도 굽히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과 징계자·양 직능단체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으나 28일부터 예정됐던 연장근로 거부를 취소하는 등 ‘투쟁 수위’를 낮추면서 KBS 기협과 PD협회는 독자적 제작 거부라는 전면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측은 KBS 기자협회의 적극적인 투쟁에 크게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기자들 내부에 사원행동에 비우호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데다가 독자로 단체행동을 벌인 전례가 적은 기자들이 제작 거부까지 나선 것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는 것. 그 결과 28일 밤 10시 재심청구를 한 지 12시간 만에 특별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사측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KBS 파면 사태가 쟁점이 되는 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본격적인 제2라운드는 2월 ‘미디어관련법’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 기자협회와 PD협회의 발언권이 강해진 데다가 지난해까지 발목을 잡았던 ‘사원행동 대 비 사원행동’의 구도가 지난 노조 선거에 이어 일정 정도 해소됐다. 사측과 노조가 2월 국회 정국에서 다뤄질 공영방송법 등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