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조선·중앙 끌고, 지상파 3사 밀고

연쇄살인범 강씨 얼굴 공개

김성후 기자  2009.02.04 13:48:23

기사프린트



   
 
  ▲ 3일 오전 강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한겨레·한국 등 미공개…국민 합의·윤리강령 선행돼야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용의자 강모씨의 마스크와 모자가 벗겨졌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지난 1월31일자 신문에 얼굴 사진을 공개하면서다. SBS, KBS, MBC 등 지상파 3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2일에는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대부분 중앙일간지가 강씨의 얼굴을 신문에 실었다.

유사 범죄를 막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얼굴을 공개한 이유다. “반인륜 범죄자들의 얼굴은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조선일보), “공익적인 차원에서 증거가 명백한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MBC), “범죄 예방 효과와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우선적인 가치 판단”(국민일보) 등이다.



   
 
   
 
반면 내일신문,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강씨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의 경우 강씨의 실명마저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는 “사진 공개에 따라 얻어지는 공익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공인이 아닌 이상 실명과 언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미공개 이유를 밝혔다. 내일신문과 경향신문은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언론사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듯 흉악범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다. 얼굴 공개가 마땅한지에 대해 찬성론과 반대론이 교차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도 누리꾼들이 찬반으로 갈려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치고 있다. 흉악범죄 예방을 위해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범죄자 가족의 피해 등을 고려해 신원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닥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흉악범 사진 공개에 관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법이나 신문윤리강령에도 흉악범 사진 공개 기준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국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채택한 신문윤리실천요강에도 피의자의 얼굴 공개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형사사건의 피의자를 촬영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현행범과 공인의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관계자는 “피의자 촬영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현 조항도 현행범과 공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면서 “공익과 공공성을 최대한 고려해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신문윤리실천요강 조항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흉악범 얼굴 공개 논란과 별도로 일부 언론이 강씨의 신상공개를 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 등을 들며 얼굴 공개의 이유를 밝혔지만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접근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박형상 변호사는 “강씨 얼굴 공개는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 사람 등에 대한 2차 피해 가능성 등이 크다”면서 “일부 언론의 얼굴 공개는 ‘멀쩡한 사람이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 말고는 특별하게 준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