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와 PD 3명을 파면·해임한 것과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 지회(지회장 오창민)는 12일 성명을 내고 “KBS가 과거 ‘정권의 나팔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 지회는 이날 “방송 장악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관제 사장들이 언론의 본분을 다하려 앞장선 기자들을 쫒아내는 작금의 상황을 보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향 지회는 파면·해임한 기자와 PD를 즉각 원직 복귀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이병순 KBS 사장은 지금이라도 관제 사장직에서 물러나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라”고 말했다.
경향 지회는 “국민이 시청료를 KBS에 주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고 ‘권력’에 굴종하지 말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라는 뜻”이라며 “언젠가 한줌 재로 사라질 권력과 국민의 뜻을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 전문
KBS가 기어이 과거 '정권의 나팔수'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KBS가 '공영방송'을 수호하려는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와 PD 3명을 파면·해임한 것이다.
YTN에서 기자 6명을 무더기로 해고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방송 장악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관제 사장들이 언론의 본분을 다하려 앞장선 기자들을 쫓아내는 작금의 상황을 보며 우리는 통탄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텔레비전에서 9시 땡 소리와 함께 대통령의 동정으로 뉴스를 시작하던 시절이 불과 십여년 전이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념처럼 여겨야 할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맛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축소하던 시절이다. 공영방송이 자주성을 잃으면 어떤 결과를 맞는지 우리 모두 똑똑히 경험한 바 있다.
KBS는 지난 수년간 냉철한 과거반성과 자책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판이 있어야 할 곳에 날을 세우고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KBS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바, 신뢰성과 공정성 부분에서 근래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KBS의 지난 연말 보신각 타종 행사 보도가 대표적인 예다. 현장에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 관계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지만 KBS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음향 효과로 덮었다. 이는 국민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며 결국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국민이 시청료를 KBS에 주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권력'에 굴종하지 말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라는 뜻이다. 언젠가 한줌 재로 사라질 권력과 국민의 뜻을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권의 나팔수가 된 방송을 사랑할 국민은 이제 없다.
이병순 KBS 사장에게 촉구한다. 파면·해임한 기자와 PD를 즉각 원직 복귀시키라. 그리고 지금이라도 관제 사장직에서 물러나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