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앵커들의 검은색 정장 출연 방송’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현재 방통심의위가 지난해 말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하며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방송에 나선 MBC, SBS 앵커들에 대해 ‘문제 없음’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는 YTN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방송에 출연한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던 것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 방통심의위 보도 분야 자문을 맞고 있는 방송제1분과특별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MBC와 SBS 앵커들의 검은색 옷차림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방송심의소위에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MBC와 SBS 사측에서 보낸 ‘YTN 노조의 블랙투쟁에 동조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
그러나 YTN 앵커들의 ‘블랙투쟁’을 심의할 당시에는 사측이 문제를 삼았던 발언을 참고해 중징계를 처분했었다. YTN 앵커의 입장도 들어보아야 한다는 야당 추천 의원들의 주장이 있었음에도 그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결정을 강행·처리해 비판을 받았다. 반면 이번에는 YTN 사측과 전혀 다른 입장이 MBC와 SBS로부터 전달돼 왔음에도 이를 그대로 반영, 문제 없음이라는 결정을 내리려고 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에서는 명백히 형평에 맞지 않는 자의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방통심의위 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방통심의위가 국민들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이 특정 사업자에 의해 편파·왜곡되는 것을 심의하는 것은 법에 보장된 권한이나, 사회적으로 보편타당한 상식 차원을 벗어나 진행자의 의상과 같이 지엽적이거나 방송편성의 자유를 심히 제한하는 것은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YTN 앵커들의 블랙투쟁에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가 지난달 18일 신청한 ‘YTN 뉴스오늘’의 ‘랜덱스 2008 개막식 생중계(10월2일 보도)’ 심의 요청은 행정지도 성격의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공동대표 변희재)이 요청한 심의(지난해 10월24일 보도-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등 6건)에 대해서는 ‘의견진술’을 거치도록 했다. 의견진술은 중징계를 위한 통과의례로 여겨지고 있다.
더구나 방통심의위가 언론관련법 문제를 집중 조명한 MBC의 보도 심의까지 예정에 두고 있어 ‘정치 심의’ ‘보복 심의’ 기관이라는 비판마저 거세게 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