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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총파업, 방송사들 무엇을 남겼나

MBC, 공영방송 지키기 공감대 확산
CBS·SBS "대의 위해 나섰다" 고무적

곽선미 기자  2009.01.14 14: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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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방송사들은 각 회사별 이익에 그치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사 가운데 13일간 이어진 언론노조 총파업 기간 내내 유일하게 전면 제작 거부를 벌였던 MBC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과 일부 ‘민영화 긍정론’ 대신 ‘공영방송 지키기’의 공감대가 확산된 것.

현 정부 들어 MBC 민영화가 조금씩 거론됐지만 지금까지 사내에 긴장감은 실제로 그리 높지 않았다. 10인 10색이라고 할 정도로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일부는 “민영화되면 오히려 처우가 나아지고 회사도 더 클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총파업 이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시청자들로부터 인정받아온 MBC의 역할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엄기영 사장이 파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MBC의 미래를 놓고는 노사 역시 한마음이었다는 점도 결속을 더욱 다지게 했다는 후문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사원들 사이에 공영방송이라는 모델이 왜 중요하고 민영화됐을 때 문제가 무엇인지 공감대가 넓어진 느낌”이라며 “나이와 직종을 떠나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BC 다음으로 전면 제작 거부를 벌이는 등 적극 총파업에 나섰던 CBS는 사내 문제가 아닌 대의명분에 공감하고 연대 파업을 벌였다는 것에 한껏 고무됐다. 자칫 ‘MBC만의 잔치’가 될 수도 있었던 언론노조 총파업에 투쟁력을 높인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CBS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기회였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파업을 경험해보지 못한 10년차 이하의 기자와 PD들이 CBS다운 정신을 경험했다는 주장이다. CBS 한 관계자는 “‘CBS가 이럴 때 나서지 않으면 언제 나서느냐’, ‘우리들이 방송을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던 선배들의 힘이 컸다”며 “이를 통해 선·후배들 간의 교류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CBS는 올 한해 민영 미디어렙 도입, 사장 선거 등 내·외부적으로 격변기에 놓여 있다. 조합원들이 뭉쳐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한 셈이다. 이번 전면제작 거부 투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SBS는 거의 매일 1백여명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을 거치며 그동안 민영방송사로서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SBS 한 관계자는 “우리도 대의를 위해 뭉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보도국과 제작국이 아닌, 기술과 행정직 종사자들도 언론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다졌다”고 말했다.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의지도 강해졌다. 지난해 12월26일 보도국 성원들의 요구에 의해 기자협회 지회가 낸 ‘단신보도’ 관련 성명은 보도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위라는 지적이다. 아나운서팀은 13일간 ‘블랙투쟁’을 벌이며 사실상 SBS 투쟁을 이끌었다. 안팎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면서 아나운서 내부에서도 언론인으로서 존재감이 부각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KBS는 반응이 엇갈린다. 수신료 인상 등 회사의 현안이 우선이라는 입장과, 방송민주화를 선도한 역사를 갖고 있는 KBS가 총파업에 나서지 못한 데 대한 자괴감이 그 두 축이다.
보도본부의 한 기자는 “KBS와 다른 방송사들과는 현안을 보는 차이가 있다”며 “무작정 총파업에 동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기자는 “방송민주화를 선도해왔던 KBS가 무력한 모습을 보여 총파업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며 “새해에는 최근 KBS를 지배하고 있는 무관심과 무기력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