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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논평 구분 없이 '입맛대로'

미네르바 구속관련 언론보도 분석

김창남 기자  2009.01.14 14: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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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본질 외면한 채 자사 논조 따라 확대·재생산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 모씨가 8일 긴급체포 된 이후 언론에서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가열됐다.

미네르바 진위여부와 과잉수사,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논란은 ‘대정부긴급 공문발송’ 진위여부, 김용상 판사 ‘사이버테러’, 20억달러 외환보유액 소진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각 신문들은 이번 사건을 자사 논조에 맞추면서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언론 자성의 목소리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받아쓰기 관행 여전
검찰은 12일 박씨의 글로 인해 환율이 급등해 2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소진됐다고 발표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다른 요인들은 무시한 채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실제로 중앙은 13일자 ‘검찰 “미네르바 글로 외환 20억달러 이상 소진 추산”’(3면)에서 “글이 게시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30일까지 달러 매수세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때문에 당시 달러 수요량이 하루 평균 38억달러보다 22억달러 더 많은 60억달러로 치솟았다”고 했다.

그러나 경향, 한겨레는 검찰 발표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이날 ‘외환보유액 감소로 미네르바 탓으로 돌려’(3면)에서 “당국의 연말 환율목표 관리를 노려 달러 선물을 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고, 경향은 ‘“20억 달러 투입”… 檢 미네르바 구속논리 허점’(1면)에서 “월말이나 분기·반기 말, 연말에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결제수요가 많기 때문에 달러 거래량이 평상시보다 급증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모욕죄 입장 제각각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판사의 사진, 이력 등이 공개되고 악성댓글이 달리면서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아와 중앙은 12일 각각 사설(‘미네르바 구속에 ‘사이버 보복’하는 서글픈 惡意’)과 기사 (‘미네르바 소동으로 본 한국 사회 <하>대책은 없나’) 등을 통해 ‘사이버모욕죄’도입 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10일자 ‘고소없이 수사 ‘사이버 모욕죄’ 추진…더 악용 소지’와 ‘인터넷 ‘공안통치’’ 등에서 사이버모욕죄 도입으로 인해 정보 비판여론에 대해서도 수사당국의 자의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불필요한 개인신상 부각
무직이나 전문대졸이라는 개인 정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도 도마에 올랐다.
조선은 10일자 ‘이웃·동창이 본 朴씨’(4면)에서 “박씨의 대학 성적은 4.5만점에 3.04점이었다”, “고교시절 박씨는 건축과 50명 중 20~22등 정도의 성적이었다” 등으로 보도했다.

중앙은 9일자 ‘여동생·이웃들이 말하는 미네르바’(10면)에서 “여동생과 부모는 간간이 박씨가 취직하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을 내비치곤 했다” “박씨의 가족은 그의 학벌에 대한 걱정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등으로 박씨를 표현했다.

경향은 10일자 ‘고교동창 “그는 평범했던 친구”’(4면)를 통해 “2학년 1학기 때 교양선택으로 ‘지구촌 경제사와 직업세계’란 강의를 수강한 것이 전부였다. 학점은 C+였다. 특별한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장학금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한겨레는 10일자 ‘‘학벌 낮으니 속았다’…또 드러난 ‘간판사회’’(4면)에서 “‘미네르바’ 수사를 계기로 ‘학벌 지상주의’라는 한국 사회의 추한 몰골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 언론사 간부는 “사실과 논평을 구별해서 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실만 발췌해 확대ㆍ재생산하는 ‘정파주의적 보도’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