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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해야 수신료 현실화"

KBS 이병순 사장 신년사

장우성 기자  2009.01.02 17: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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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순 KBS 사장  
 
KBS 이병순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공정방송이 이뤄져야 수신료 현실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 독립, 사회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에다 무엇보다도 자기 주관으로부터의 방송독립이 중요하다”며 “투명하고 선입견 없는 시각으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서 공정한 시각에서 다원적 의견을 균형있게 제시하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공정방송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를 통해 국가기간방송 KBS를 믿고 의지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든든한 정신적 그린벨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것이 가능할 때 수신료 현실화를 가리고 있는 안개가 걷혀지면서 우리들 숙원도 풀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먼저 우리 모두의 제자리 찾기-자기 일, 자기 자리 찾아가기를 서둘러야 한다”며 “기자는 기자 할 일을 하고, PD는 PD 할 일을 하고, 모두가 자기 일에 몰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남의 일에 대한 간섭이나, 자기 본연의 일이 아니면 나머지 일은 회사에 맡겨두자”고 당부했다.

그는 “KBS의 정관과 사규가 그것을 요구한다"며 “내가 상관하지 않아도 정의롭게 처리해주는 장치들이 KBS에는 잘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이다.


친애하는 KBS 임직원 여러분! 기축년 새해가 열렸습니다. 그 동안 역경에서도 불철주야 방송현장에서 땀 흘려 KBS를 지켜온 모든 분들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새해 여러분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마중하는 새해의 전령은 반가운 모습들이 아닙니다. 새해 성장이 어쩌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소비재시장이 위축되면서 광고시장도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엄청난 불황의 밀물이 빠른 속도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길을 달려왔습니다. 특히, 세계적 금융대란과 파급영향으로 국내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우리 회사도 경영적자가 1,000억 원에 이르고, 차입금 이자만 100억 원을 넘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우리 KBS의 수입구조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따라서 이번 불황으로 큰 충격이 불가피하고, 남다른 각오와 자구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물론 KBS 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지만 다른 지상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09년도 새해예산을 214억 적자로 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만성화된 경영수지 적자구조가 이제 한계에 왔습니다. KBS는 이제 남다른 각오와 생존전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기동성과 순발력부터 갖춰야 합니다. 프로그램은 수시개편으로 기동성을 높여야하고 인력도 수시인사로 순발력을 키우지 않으면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해 새로운 조직-<대국팀제>를 출범시켰습니다. 직제개편은 사원 대다수가 바랐던 과제였습니다. 경쟁력 있는 조직, 능력을 발휘해야 존립하는 조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과거 획일적인 팀제의 <고립과 방종> 이라는 폐단부터 개선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게이트키핑 기능과 부서 간 횡적 통합, 조정기능도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성과가 있는 개인이나 부서엔 상당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그렇지 못한 개인이나 부서엔 책임을 묻는 제도라야 공정하다 할 것입니다.


조직개편과 함께 사내 경쟁체제를 보다 활성화 하겠습니다. 경쟁이 없는 조직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활력과 성취동기를 상실하고 좌절감을 느끼던 조직 풍토를 바꾸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간부들부터 화합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으로 충전해야합니다.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난 가을개편 때 <고비용 저효율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이 있었습니다. 제작비 전면 재검토는 물론, 외부 MC를 사내 MC로 교체하고 경쟁력 없는 프로그램의 폐지에 이르기까지 큰 수술이었습니다. 7명의 외부 MC를 교체하고 외부 전화출연자를 76명에서 48명으로 줄였습니다. 적잖은 우려가 있었지만 상당수 프로그램들이 개편 전 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연간 절감효과가 25억 원에 이릅니다. 다가올 봄 개편 때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공정방송에서 일탈하는 일이 빈번하거나,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이나 채산성마저 떨어지는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추가검토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방만경영이라는 외부의 지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해야 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넉 달 동안 283억 원의 경비절감을 통해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작비 절감을 추진한 결과였고 제작진들의 애사심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새해 제작비 절감예산도 250억 원에 이릅니다. 아울러 사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면서 프리랜서로 떠나는 행렬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예산낭비와 인력의 효율화를 가로막는 제도들을 과감히 개선하지 않고서는 KBS의 장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KBS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위기 속에 단결과 화합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왔습니다. 가까이는 지난 넉 달 동안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희생과 동참으로 283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11월 10일 개최된 비상경영 대책회의에서는 우리들의 활로를 미리 수렴했습니다. 고난극복의 경험과 지혜와 용기를 갖춘 사원들이기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KBS의 역사, KBS의 문화 속에는 위기극복의 DNA가 살아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신인시대 개막은 공영방송의 의무입니다. 탤런트, 성우의 신인공모에 그치지 않고 간부의 신인시대, 제작자의 신인시대도 열어야합니다. 또 철저한 사전, 사후 심의제도로 우리가 생산하는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확실히 담보해야 합니다. 비용의 합리성, 사업의 경제성, 지출의 투명성이 존중받는 KBS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모든 사업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사업실명제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막후경영을 배제하고, 공개행정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기위해 매달 수지동향 보고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만성적자의 세균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을 정기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상업성에 집착해 공영성을 훼손하지는 않도록 경계하겠습니다.

이제 사원 여러분께 몇 가지를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모두의 제자리 찾기-자기 일, 자기 자리 찾아가기를 서둘러야 합니다. 기자는 기자 할 일을 하고, PD는 PD 할 일을 하고, 모두가 자기 일에 몰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남의 일에 대한 간섭이나, 자기 본연의 일이 아니면 나머지 일은 회사에 맡겨둡시다.
KBS의 정관과 사규가 그것을 요구합니다. 내가 상관하지 않아도 정의롭게 처리해주는 장치들이 KBS에는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 창의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과 절제가 있는 조직으로 거듭 나야 합니다. 생산자보다는 소비자 중심으로, 제작자의 프로가 아닌 시청자를 위한 프로를 만들어 나가는 대전환에 가속도를 내야하겠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기조도 더욱 정착시켜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아직도 남은 거품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과감히 군살을 빼는 강도 높은 체질개선작업도 병행해야 될 것입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이기주의도 과감히 깨야 합니다. 과연 시장에서 KBS가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냉정히 직시해야 합니다. 방송도 이제는 상품입니다. 대체제가 많아지는 상품입니다. 당연히 경쟁력이 생명입니다. 소비자가, 시청자들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남에 대해서는 덧셈을 하고 자신에게는 뺄셈을 하는 도덕성도 갖춰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야 직종 간, 세대 간, 연령 간 갈등과 분열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내 계산서보다 더 정교하고 정확하고 치밀하고 비교우위에 있다면 적극 수용하는 문화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런 정도의 문화적 요구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지적 함량과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방송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이 이미 방송시장에 뛰어들었고 대기업들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엿보고 있습니다. KBS의 위상을 새롭게 규정할 이른바 ‘공영방송법’이 새해는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세계는 이미 ‘디지털 혁명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국가적 과제인 디지털 전환 작업도 2012년까지는 완료해야 합니다. 앞으로 8,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난시청해소를 위한 수신환경 개선사업 등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사업 역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합니다.


노사관계도 중요합니다.  KBS 노사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온 전통이 있습니다. 새해도 이런 전통에 따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 대등한 노사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KBS 노사는 이미 지난달 19일, 2008년 임금동결과 향후 5년간 인력 15% 감축, 퇴직금 누진제 폐지,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운영에 합의했습니다. 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새 집행부와 함께 KBS 활로를 모색하겠습니다. 더 구체적이거나 보완할 과제들은 새로 구성한 <경영개혁단>을 통해 추진하겠습니다. KBS는 국가 기간방송이고 유일한 공영방송입니다. 이러한 역할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을 수 없습니다.


새해는 공정방송, 흑자방송, 국민방송 3가지를 모두 추구해야합니다. 새해 우리의 방송지표는 ‘공정·공익-KBS’로 정했습니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 자본으로부터 독립, 사회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에다 무엇보다도 자기 주관으로부터의 방송독립이 중요합니다.


다시 한 번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의지를 다짐하고, 보다 공정한 방송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자는 결의를 다져야할 때입니다. 투명하고 선입견 없는 시각으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서 공정한 시각에서 다원적 의견을 균형있게 제시하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공정방송을 실현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기간방송 KBS를 믿고 의지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든든한 정신적 그린벨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소홀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 수신료 현실화를 가리고 있는 안개가 걷혀지면서 우리들 숙원도 풀릴 것입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솔선수범할 것입니다. 특별한 노력과 희생이 요구되는 현장에는 제일 앞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사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친애하는 사원 여러분!

함께 이 고난과 위기의 과정을 극복해 냅시다. 저는 우리가 다 같이 해낼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새해, 공사 37주년을 맞는 2009년을 'KBS 제 2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올 한해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월 2일
KBS 사장 이 병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