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르포-그래도 언론이 희망이다]
편집자 주 : 무자년(戊子年) 한해가 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1년이었다. 내년에는 더한 어려움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현장을 지키며 울고 웃었다.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론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다. 송년 특집으로 신문·방송의 최일선 현장인 신문보급소(신문유통원 관악센터)와 방송 송신탑(KBS 남산 송신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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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4시30분, 아직 밤안개가 자욱한 그 시각. 60개의 TV들이 허리를 굽혀 내려다보고 있다. 하얀색 정지화면과 점막화면이 뒤섞인 수많은 TV 수상기 위로 음향을 표시하는 ‘돼지 꼬리’가 끊임없이 내려 흐른다.
KBS 남산 송신소는 모든 TV가 하얀 화면으로 바뀌며 서서히 깨어난다. 초침이 발걸음을 재촉하면 ‘현업’ 팀의 눈길도 TV 화면을 따라 덩달아 바빠진다. 오늘은 ‘1TV 관악산’이 말썽을 부린다. “다운링크? 좋습니다. 2번과 5번 다 내릴게요.” 야근자 3명이 빠른 속도로 체크해간다. 남산 송신시스템을 잠시 껐다. ‘따-르르르릉.’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린다. “남산에 뭐 문제 있나요?” 주조정실에서 걸려온 전화다. 그물망처럼 송신소와 주조정실, 관악송신소 등이 연결돼 있다. 이중삼중 체크 시스템은 새벽에도 이상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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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남산송신소에서 직원들이 새벽 근무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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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40분. 중계차가 나가 있다. 밤새 내린 ‘눈’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중계 D-5호’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한 기자가 목을 가다듬고 원고를 읽어가는 장면이 남산 송신소 중계TV에 고스란히 잡힌다. 송신소는 시청자에게 전파가 도달하기 직전의 ‘종착역’이지만 중계에 있어서는 ‘간이역’쯤 된다. 남산을 거쳐, 여의도로, 다시 남산에서 가정으로 도달한다.
오전 6시. KBS 남산 송신소가 관리하는 10개의 채널이 이상 없이 돌아가면 야근조인 김태환 국장은 ‘송신기 일지’를 들고 나선다. 아날로그와 DTV의 송신실, 송풍실 등을 돌며 8백여개의 송신 장비를 모두 검사하는 데에는 1시간 남짓 걸린다. 파이프와 기계에 직접 손을 대어 온도와 공기의 흐름을 체크한다. 아이를 대하듯 정성스런 손길이다. “우린 기계도 자란다고 생각해요. 내 감촉과 시각으로 기억된 어제의 상태와 매일 비교하죠. 굉장히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없어요.” 그들에게 방송은 콘텐츠가 아니라 전파다. 이들은 매일 라디오를 듣고 드라마를 보지만 최신곡도 인기프로도 모른다. 전파의 질만이 평가 대상이다.
눈밭에 이리저리 발자국을 남기며 한 바퀴를 돌자 오전 7시가 됐다. 밤새 남산 송신탑을 지켰던 4명의 야근조가 함께 아침을 차려 먹는 ‘그나마’ 평화로운 시간이다.
KBS 남산 송신소에는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49세. 1일 4개조가 3교대로 24시간, 3백65일 송신소를 지킨다. 혹자는 송신소를 방송기술인의 ‘마지막 정착지’라고도 한다.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처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외로운 삶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비교적 적은 이유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 기술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그들은 오늘도 방송의 시작을 알린다.
“언론계가 어렵지만 좌절하지 말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읍시다.” 새벽녘 송신소 직원들의 밝은 미소 속에서 방송의 희망을 보았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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