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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펜'을 들어야 하는가

곽선미 기자  2008.12.17 16: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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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주최한 ‘YTN 사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한국기자협회 보도자유분과위원장)은 기성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YTN 사태에 있어 미디어비평지들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향신문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며 “(노조위원장에게)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들이 YTN 사태를 외면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YTN 문제와 관련해서 메이저 신문사들은 그간 침묵으로 일관했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짧게 편집해 싣거나 아예 다루지 않기 일쑤였다. ‘한겨레신문’은 그나마 적극적인 편이지만 다른 매체들은 메이저 언론의 보도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도가 미온적인 데 대해 기자들은 “다른 회사의 일”이라고 하거나 “데스크의 성향으로 빠졌다”고 말했다. 혹은 “기사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기자도 있었다. 현재 적극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는 한 진보성향의 온라인 매체 기자는 “독자들의 흥미에서 멀어졌다”고도 했다. 이것이 YTN 사태를 외면하는 직접적인 이유들이다.

대다수 언론인들은 ‘구본홍 사장의 자진 사퇴’가 유일하고도 바람직한 ‘YTN 사태의 해법’이라는 데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기자협회가 지난 8월 창립 44주년을 맞아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73.6%의 기자들이 구본홍씨 사퇴에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이 해법은 선언적 문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부적합한 이유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문제제기를 하는 여론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여론조성에는 여전히 언론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언론들이 자신들도 외면하는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시민단체가 해야 할 몫, 혹은 다른 회사의 일이라고 규정짓는 논리도 위험하다. 언론의 독립·자유를 지키는 일은 언론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이지, 누군가가 대신 해줄 일이 아니다. YTN 사태가 ‘언론민주화’의 최전선에 있다는 점에서도 언론 스스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 혹은 내 가족이 해고를 당한 상황에서 침묵할 수 있는가. 당사자가 ‘자신’이고 당신 회사의 일이라고 해도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있겠는가. 언론사들이 각종 미디어 이슈와 관련해 ‘자사 이기주의’를 노골화하며 취사 보도, 대서특필하는 행태와 비교해도 지금과 같은 보도태도는 시청자와 독자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길임이 자명하다.

지난해 자본권력에 항거한 ‘시사저널 사태’ 때도 우리 언론들은 방관자였다. 그들의 외로운 싸움은 1년간 지속되었고 결국 독립 창간의 길을 걸었다. YTN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라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의 일’이다. 또 다른 오욕의 역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언론인들이 누구를 위해 ‘펜’을 들어야 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