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국 땅에서 날아든 비보를 접했을 때 믿기지 않았고, 빈소에 놓인 영정을 마주하고도 믿을 수 없더니 돌아오는 길 옷깃으로 매서운 바람이 들자 새삼 눈물이 흐릅니다. 북녘 땅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조차 나누지 못한 채 홀로 눈 감으셨다는 생각에 쉬이 흐느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선배, 어디를 그렇게 황급히 가셨습니까.
누구보다 기자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당신입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자신을 쉼 없이 채찍질하며 현장에 다가섰습니다. 누구보다 앞서 멀리 북녘으로 달려가 분단, 통일, 민족의 문제로 지독하게 씨름했습니다. 무엇 하나 예사롭게 넘기지 않으려 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소식을 전하려 뛰었습니다. 남북을 오가는 이들은 으레 “선양 공항에 내리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기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꿈꿨던 그 길에 정작 주인공은 떠나고 못다 채운 취재수첩과 못다 쓴 펜만 덩그렇게 남았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섰던 당신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러 온 이들은 어느 때건 속내를 들어주던, 손잡고 함께 웃고 울던, 어깨 걸고 노래 부르던 그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뜻을 함께했던 이들이나 뜻이 달랐던 이들이나 모두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긴 인연을 이어온 이들이나 잠깐씩 만났던 이들이나 한자리에서 설움을 토해냅니다. 지금이라도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손 내밀고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 것만 같은데 정녕 먼 길을 떠나셨습니까.
어느날 연필깎이를 가져와 싱긋 웃으시던 그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자루씩 뾰쪽하게 연필을 깎으며 일일이 자료를 확인하며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가방을 들춰 메고 현장으로 향하던 모습이 아직 뚜렷합니다. ‘처음’이라는 수식어보다, ‘특종’이라는 명예보다 오로지 기자로서 본분에 충실하려 했던 당신이었기에 아쉬움이 오래도록 배어납니다. 가끔 서늘하게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 “아무튼 노력하자. 언젠가 진실이 햇빛을 볼 날이 있겠지”라며 격려하던 당신의 빈 자리가 더 깊게 남습니다.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황망히 빈소를 찾은 북녘 출신의 어느 분은 눈시울 붉히며 노래로 애틋함을 달랩니다. 선명한 기억으로 자리 잡은 당신을, 이렇게 모두가 마음으로 부여잡고 있는데 기어이 또 어디로 떠나십니까.
선배를 보내야 하는 마지막 날 하늘에서 눈과 비가 내립니다. 남이나 북이나, 대륙의 동포들이 사는 동북에서나 선배의 꿈이 밀알이 되어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 밀알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날이 오겠지요? 불꽃보다 뜨겁게 살다 간 아름다운 당신 조계창 선배. 어제는 반갑게 부르던 그 이름을 오늘은 비통하게 부르지만 내일은 자랑스럽게 떠올리겠습니다. 선배, 못다 이룬 꿈 이어받은 이 땅에서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