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재벌방송’ 여론 쥐락펴락 가능성
언론단체 “여론 독과점 정략적 의도”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미디어 관련 법안은 국내 미디어 지형도를 흔들어놓을 메가톤급 폭풍이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신문+지상파 방송+케이블 TV+IPTV+지역방송+지역신문’ 등을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 재벌 출현이 가능해졌다.
한나라당 미디어 입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 장벽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한 신문법 조항을 폐지했고,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했다.
한나라당 안이 현실화되면 언론계에서는 신문사와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지상파 방송 등에 진출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오랫동안 방송 진출을 준비했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삼성, 현대, SK, KT 등 대기업 집단의 전략적 제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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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주광덕, 안형환, 나경원, 구상찬, 구본철 의원 등(왼쪽부터)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의원들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문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 법률개정안 제출에 앞서 최종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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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도 이런 점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5일 한 토론회에서 “메이저 신문 한 개 플러스 대기업의 문제는 고려해봤다. 3개가 지분 20%씩 출자해 방송을 소유하는 것은 어렵고, 가능한 선은 대기업과 메이저 신문사가 엮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대기업의 방송소유를 3조 원 미만에서 10조 원 미만으로 완화)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삼성, SK 등 거대 대기업들에까지 방송 진출을 보장한 이유는 ‘조중동+재벌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기업에 방송시장 진출의 빗장을 열어줌에 따라 조·중·동은 방송 진출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자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대기업은 방송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언론계에 우호적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은 여론 다양성을 위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 미디어 현실에서 여론 독점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중심의 지상파 방송광고 독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판정’과 맞물려 여론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기업의 언론 지배를 전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은 극소수 재벌과 과점신문들이 미디어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문만 활짝 열어주겠다는 내용”이라며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통해 수구 기득권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겠다는 정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신문의 자료신고 조항을 삭제하고 신문지원기구를 한국언론진흥재단이라는 독임제 기구로 통합하는 신문법 조항도 개악 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모욕성 정보를 불법 정보화시키거나 사람을 모욕할 경우 2년 이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5일 신문법·방송법·언론중재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전파법·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 7개 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민주당이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막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어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