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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YTN 사태 치유될까

YTN 노조 노사·노노 갈등으로 상황 극 체험

곽선미 기자  2008.12.10 1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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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지난 6일 YTN 노조 조합원 13명이 경기도 가평의 한 가옥을 찾았다. 그들은 넉 달이 넘는 투쟁에 지친 듯 보였다.<사진>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YTN 사태’를 주제로 즉석에서 연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내부에서 겪고 있는 민감한 문제를 들추자는 뜻이었다. 조합원들은 순순히 응하지 못했다. 불만과 냉소가 곳곳에서 터졌다. 노 위원장은 믿고 따라주길 주문했다.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은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을 즉흥연극에 올렸다. 해고자가 ‘자신의 목을 친’ 인사위원이 되고 잘 나서지 않던 이가 강성 노조원이 됐다.

“재승인도 남아있는데. 애들이 참 철이 없어.” “몇 명이나 자를까요? 한 70명?” “여기 이러고 앉아있으니 호텔 청요리가 생각나는구먼.”

그들의 연극 속에서 구본홍 사장과 간부들은 풍자되고 희화화됐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으로, 응어리가 되어 맺혀 있었다. 노조 갈등도 토해냈다. 가족 같았던 이들이 서로 믿지 못하는 관계가 됐다. 변절보다 슬픈 것은 무관심이라고도 했다. 타인을 탓하거나 가족들의 기대 속에서 거짓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간부, 선·후배, 가족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한 인간이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애들(해고·정직 기자)은 살려야 하잖아. YTN 살려야 할 거 아니야. 구본홍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한 간부를 연기한 조합원의 이 말에 다른 조합원은 벙어리가 됐다. 그는 YTN을 살려야 한다는 대사를 다시 되뇌기만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상흔(傷痕)을 미리 지워나가는 작업이었을까. 일일 배우로 색다른 경험을 한 조합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어 소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우리만의 속사정을 선뜻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인데, 왠지 치유된 기분이 들어요.”

YTN 조합원들이 체험한 상황극 만들기는 극단 ‘해(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의 프로그램 중 일부다. 아우구스또 보알(Augusto Boal)의 대표적 연극기법인 ‘욕망의 무지개’와 ‘토론연극’을 적절히 배합한 형태다.

극단 ‘해’의 노지향 대표는 “현실을 연극으로 옮김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통해 여러 상처와 장벽을 드러내고 깨달아가는 정화의 여정”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치부도 드러나죠. 오히려 간부들을 이해하게 만들 수도 있었고요. 그걸 감수하고라도 우리를 한번 되돌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의 말이다.

올해 안에 이들의 모습을 실제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YTN 사태의 상처도 아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