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본보가 확인한 쌀직불금 수령 언론인 11명 중 4명은 농지에서 거리가 먼 도시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신문 B이사, MBN J기자, KBS 자회사 L이사, 중앙일보 관계사 H대표가 대표적인 경우. 이중 KBS 자회사 L이사와 중앙일보 관계사 H대표는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특히 KBS 자회사 L이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변명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자경인으로 등록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경제신문과 MBN의 경우다. 이들은 서울 등 도시에 거주하며 ‘실경작’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B이사는 “농지가 있는 파주까지 20분 거리다. 아내와 함께 주말에 농지를 자주 찾는다. 실경작을 했는지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취재를 해보라”고 말했다.
MBN J기자도 “경기도 연천에서 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계신다. 고향에 자주 내려가서 도와드리고 있어 내 명의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농림부에서도 문제가 안된다는 답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이 나올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농림부의 쌀 직불금 수령 규정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농지법상 농업인은 1년에 90일 이상 직접 경작하는 자경인. 이 기간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매주 토·일요일은 농업에 종사해야만 채울 수 있는 날짜다.
그러나 농림부는 자경에 대해 “실제경작 또는 경영하는 것으로 일부 위탁영농도 포함되며, 소유농지에서 1/2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해야 하는 농지법상 ‘자경’과는 다름”이라고 규정했다.
‘영농 경영’이 포함돼 휴대전화 농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90일을 모두 채우지 않아도, 전업 농업인이 아니어도 전혀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말에 들러 농사를 지었다”는 해명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이유인 셈이다.
KBS 자회사 L이사의 경우도 마음만 먹으면 변명이 충분히 가능했던 케이스다. 그는 농지 근처에 살며 처남 등에게 실경작을 맡기고 직불금도 건넸다. 그러나 그는 도덕적인 잘못이 있음을 시인했다.
현재의 쌀직불금 문제는 이렇게 ‘자경’을 확인하는 것보다 ‘자경이 아님’을 증명하는 게 훨씬 힘든 구조다. 직불금 수령이 문제가 된 이봉화 차관이 법적 결백을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쌀 직불금제는 쌀농가 소득을 적정수준으로 보전해 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세한 농가를 돕기위한 것이 근본 목적이다.
서울 등 도시거주 언론인 4명을 제외한 7명은 농지 근처에 거주하며 실경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도민일보, 매일신문, 원주MBC 등은 지역 기자들로 모두 집 근처에 농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도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은 발송부 직원으로 격일 근무의 특성상 고양시에 거주하며 실경작했다고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