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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법조팀, 떠돌이 취재에 브리핑도 못들어

'위장 여간첩' 엠바고 파기로 기자실 출입정지 3개월째

김성후 기자  2008.12.03 15: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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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법조팀장인 천영식 기자는 최근 팩스 문서 때문에 씁쓸함을 느꼈다. 서울지검에 출입하는 후배 A기자에게 사건 사본을 팩스로 보내라고 했는데 한참 지나도 오지 않은 것. 기다리다 지친 천 기자는 A기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지검 기자실을 이용할 수 없어 한 블록 떨어진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까지 가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천 기자는 기자실 출입정지가 낳은 희한한 풍경에 말을 잃었다. ‘그래도 그렇지, 팩스 전송도 못하게 하다니….’ 부아가 치밀었다.

문화일보 법조팀이 대법원, 서울중앙지법,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법조 관련 기자실을 출입하지 못한 지 3개월째를 맞고 있다. 지난 9월1일 각 언론사 법조팀장이 주축인 대법원 출입기자단이 탈북자 위장 여간첩 사건을 먼저 보도한 문화일보에 대해 보도유예(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자실 1년 출입정지’라는 징계를 내린 이후부터다. 기자들은 각 기자실 대신 지검 7층 민원인 휴게실에 상주하며 전화취재 및 기사송고를 하고 있다.

불편을 감수했던 취재환경은 기자실 출입금지가 장기화하면서 악화되고 있다. 최대 애로는 기자 브리핑을 듣지 못하는 것. 대형사건의 경우 검사들이 기자실 등에서 매일 오후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관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핵심정보는 알려주지 않지만 수사 진행상황과 향후 방향 등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법조 출입처의 특성상 기자 브리핑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문화 기자들의 경우 브리핑 청취가 봉쇄되면서 사건의 흐름을 놓치는 등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증권 인수비리’ 사건 취재가 대표적인 사례. 기자 브리핑을 들을 수 없는 문화 기자들은 수사관들을 개별 접촉해 취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잘 만나주지 않는 데다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취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고민에 봉착한 문화 법조팀은 최근 중앙지검 기자단에 브리핑 공개를 요청했으나 기자단은 찬반투표 끝에 불허를 통보했다.

천영식 법조팀장은 “기자 브리핑을 못 듣게 하는 것은 징계라는 이름으로 문화일보의 정당한 취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한솥밥을 먹고 있는 기자들이 나서서 동료들의 취재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