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대기업이더라도 자산총액이 10조원 미만이면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데 대해 반발이 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이번 결정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물론 방송통신기본법 등 주요 법 개정과 정책 결정을 지상파 방송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몰아가기’식으로 진행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는 지난 6월 ‘종합편성PP와 보도전문PP의 소유규제에 관한 건의문’을 낸 데 이어 8월에는 회원사 대표 공동 명의로 ‘방송법 개악’을 반대하는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애초 지상파와 종편·보도 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자산총액 규모를 3조원으로 잡은 것은 2002년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산규모를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후 방송시장 환경의 악화로 방송사들의 자산규모는 제자리걸음인데 이제 와서 10조원으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준을 현행대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3조원 이내 기업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대기업들이 이미 전문편성채널에 대거 진출해 있는데 기존 기준을 굳이 3배 이상이나 올려 완화하는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관계자는 “방송위 시절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있었으나 지금의 방통위가 통신·산업논리 위주로 흐르면서 논의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방통위가 중요한 해당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당장 지상파나 종편·보도채널에 진출하는 기업이 등장하기는 어렵다. 이미경 CJ그룹 E&M(엔터테인먼트 앤드 미디어) 총괄 부회장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광고시장 동향을 거론하며 “종편채널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IPTV법 제정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연장선에서 앞으로 민영미디어렙 도입, 신문법 개정을 통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따라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돼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언론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재벌대기업과 정치집단 조·중·동을 이용해서 방송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재벌을 비판해야 할 방송을 재벌이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