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기본 법제인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하 방통기본법)이 방송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이번 법안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로 ‘통신·산업 편향적인 법’이라고 종합된다.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한 실정이다.
우선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의 목적인 ‘공공복리 증진’이 매우 추상적으로 언급돼 있다고 지적한다. 총칙을 포함, 시민과 시청자, 이용자의 권리, 보편적 서비스 내용을 강화해 공공복리 증진을 별도의 장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통신’의 개념도 통신 개념의 단순 확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의 고유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방송은 ‘공중(公衆)에 대한 송신’이 핵심 개념인데 ‘전기통신기본법’의 전기통신 정의에 ‘방송콘텐츠’라는 용어를 끼워맞추기한 데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방송통신’ 개념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의에 따라 방송사의 소유구조에도 일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통신사업자처럼 외국인 지분이 허용될 수 있다. 대기업의 방송 소유 등 겸영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송의 특성에 대한 이해는 없이 통신과 같은 규제만 뒤집어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방통위의 권한만 확대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방통기본법은 IPTV와 같은 신규 서비스가 개발되면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방통위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규 서비스 사업자가 심의를 요청하면 아무런 절차 없이 30일 안에 결정하도록 돼 있다. 결정기간이 너무 촉박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의 공개된 절차가 없다. 자칫 밀실 논의가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발전기금 운영 역시 쟁점이다. 방통기본법은 ‘방송통신발전기금운용심의위원회’ 위원을 방통위원장이 임명토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방통위 내부 규칙으로 정하게 된다. 이는 방통위의 독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기금 징수에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를 차별한다는 비판도 있다.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 내지 서비스 매출액 1백분의 6을 기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1백분의 1이다. 방송계에서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지상파 사업자에게 매출 규모가 10배가 넘는 통신사업자보다 많은 기금 징수를 감당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 콘텐츠 진흥권을 방통위가 갖겠다는 규정 역시 행정부 간 이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법 제정 과정의 비민주성과 조급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열린 공청회에 시민단체 대표가 배제되고 방통위 통합법제 추진 TF에 참여했던 인사 중 4명이 공청회 패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25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제정하고자 하는 방통기본법은 통신의 사업자 편익과 방송을 기능적으로 통신에 통합하고 통제하려는 방통위의 권한 강화법에 불과하다”며 “방통위가 ‘방통기본법 제정안 의결’ 안건 상정을 철회하고 광장으로 나와 방통기본법의 필요성부터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달 내로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다음달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