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외 대안 제시·유가족 고통 조명 등 새로운 시각 필요“여러분의 보도가 한 사람을 죽게 할 수 있어요.”
홍강의 자살예방협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13일 제주도 칼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기자포럼에서 언론의 부주의한 보도가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신문·방송 자살기사 모니터링(2006년 1월~2008년 8월) 결과 신문은 72%(적절 27.9% 부적절 49.1% 매우 부적절 22.9%), 방송은 80.6%(적절 19.3% 부적절 39.6% 매우 부적절 41%)가 부적절하게 자살을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언론의 대대적인 유명인 자살보도(장국영·이은주·최진실씨 등)가 일반인의 후속자살을 최대 14.3배나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회장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씨 자살 후 자살건수는 당초 2월 7백명에서 3월 1천3백명으로, 동일한 자살방법도 2월 3백건에서 3월 7백5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언론보도에 따른 ‘베르테르 효과’가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다. 이렇게 언론의 자살보도가 실제 모방자살을 부르는 이유는 뭘까. 학계에선 ‘방아쇠 효과’를 들고 있다.
자살을 하려던 사람이 보도에 자극을 받아 자살을 실행하거나, 심각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그 해결책으로 언론의 자살 보도를 참고한다는 이론. 결국 언론이 자살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자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방아쇠를 당기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살방법을 세세하게 묘사(“동맥을 칼로 긋고 다량의 수면제를 먹었다”)하거나 자살 동기를 낭만적으로 묘사(“영원히 함께 있기 위해 자살했다”), 혹은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보도(“그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써보았다”)할 경우 ‘방아쇠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1987년 오스트리아의 자살보도 실험은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다. 자살보도지침을 배포하고 언론이 이를 적극 준수하면서다. 이 결과 1988년 오스트리아의 자살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자살 보도를 하되 △자살 외의 대안 제시 △남겨진 유가족들의 고통 △자살의 원인과 배경, 자살 징후 표기 △자살하지 않고 다른 해법을 찾은 사람들의 사례 등 선정적인 기사에서 벗어나 자살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할 경우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1992년 주요사망원인 중 자살은 10위를 차지했으나 1998년 7위, 2007년엔 4위로 상승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홍 회장은 “언론이 자살보도준칙을 적극적으로 검토, 준수한다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한 사람의 생명이 자신이 쓴 기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들은 홍 회장의 발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여러 명의 기자들이 “편집국장과 사회부 사건 데스크, 경찰 기자 등과의 접촉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