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악’ 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광고에서 직격탄을 맞은 방송사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는 등 너도 나도 비상경영 돌입을 외치고 있다.
지상파방송 3사 중 가장 큰 한파를 맞은 곳은 KBS(사장 이병순)다. KBS는 올해 9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1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S는 비상경영 돌입을 선포하는 등 고강도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열린 ‘비상경영 대책회의’에서 KBS는 체질개선과 경영위기 극복책을 논의했다.
KBS는 회의를 통해 인력효율화 등 아웃소싱, 명예퇴직, 팀장급 간부 임금 자진반납 등 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KBS는 올해 공채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예상 선발 인원은 48명. 지난해 89명을 선발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기자 개인별로 지급되던 취재비도 절반 이상 삭감됐다. 기자 ‘순회특파원제’도 잠정 중단될 예정이다. 기자들이 직접 현장 취재로 제작했던 ‘특파원 현장 보고’는 아예 현지 상주 특파원 체제로 바꿨다. 내년 경력기자 공채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고 수입이 2백5억~3백20억원가량 줄어 총 1백50억원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는 MBC(사장 엄기영)는 구조조정 수순이 예상된다. MBC는 지난달 비상경영 선포 이후 임원 연봉의 10%를 삭감하는 한편 명예퇴직, 임금피크제 강화, 의무안식년제 실시 등 자구책을 세워 놓고 있다. MBC는 논란 끝에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신입사원 선발을 확정했지만 당분간 해외 취재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업무추진비 삭감도 검토 중이다.
3사 가운데 전년 동기(10월) 대비 광고 매출이 가장 많이 떨어진 SBS는 지난달 30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 긴급 대처했다. SBS 노사는 지난 4일 진통 끝에 올해 임금 인상을 동결하는 데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대신 사측은 임금피크제, 능력급제, 시간외수당 정액제 도입 등에 대해선 한발 물러섰다. 다만 SBS는 고비용 저수익 프로그램은 저비용 프로그램으로 교체해 총제작비 2백억원을 줄일 방침이다. 다른 지상파방송과 마찬가지로 보도국 등에 해외 촬영 억제를 지시했으며 파견직 직원을 대폭 줄이는 등 제작비용 절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송사 비상경영 체제 돌입으로 가장 크게 위협받고 있는 곳은 비정규직 사원들이다. KBS는 방송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방송차량 서비스와의 계약금을 10% 삭감할 예정이다. 그러나 KBS 비정규직 노조는 올해 12월 재계약 협상이 걸려 있어 별 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비정규직인 영상편집, 컴퓨터그래픽, 카메라, 방송기술, 경영, 홍보, 시설, 총무(식당) PD(보도국) 등 사원 1백60여명이 가입된 MBC 업무직 노조도 21일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으나 MBC 본부 수준의 임금 삭감안이 예상되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현재 조합원 임금이 정규직의 40% 수준”이라며 “노조가 결성된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파견직은 노조를 결성할 수 없어 대응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