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파월과 마틴은 자신들의 미디어 분야 규제완화 노력이 적절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원과 상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교차소유 규제가 더 이상 공익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강하게 반대 했다. 지역 시장 합병이 의견의 다양한 표현 기회를 줄어들게 만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의 말이다. 지난 6월 16일, 오바마는 ‘Broadcasting & Cable’과 가진 인터뷰에서 신문방송 교차소유에 대해 특유의 강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디어 합병으로 인해 미국이 겪게 될 부정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마틴과 파월은 과도한 미디어 집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교차소유 규정 철폐를 원한다. 그러나 현재 법 아래에서도 미디어 시장은 이미 소수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의견의 다양성 감소, 지역뉴스 감소와 같은 합병의 부정적 영향은 입증됐다. 그리고 다채널시장에서도 같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답했다.
변화를 강조한 오바마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디어 교차소유는 소수 기업의 독점, 그리고 지역성, 다양성 훼손을 초래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다양성, 지역성과는 멀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방송 규제는 강하고 적극적인 틀을 유지해오고 있다.
비록 그것이 시장원리에 배치돼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말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공익성에 우선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미국 대선 직후 청와대는 ‘변화와 실용’이라는 단어를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가 ‘닮은 꼴’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미디어 분야만큼은 결코 ‘닮지 않은 꼴’이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미국 내 미디어 독점의 폐해를 지적했고 FCC의 미디어 교차소유 결정을 반대해왔다.
특히 지난 대선기간 동안 오바마측은 미디어분야 정책발표를 통해 “FCC는 지난 7년간 다양성 보다는 합병에 주력했으며, 그 결과 공익과 거리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미국 대통령의 철학을 많이 닮았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교차소유 정책 방향이 궁금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미디어 정책은 미국 사례를 많이 인용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 FCC를 모델로 삼은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 교차소유에 한층 더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내에는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을 준비 중이고 한 국책 연구원은 KBS 이사 출신 원장이 부임하면서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 현안들에 대한 토론회를 연일 쏟아 내고 있다.
대체적인 기조는 신문 산업 위기 극복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방겸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들의 주장에는 미디어 정책의 핵심 가치인 공익이 빠져 있다. 신방겸영 정책의 목표와 지향점도 분명하지 못하다. 매번 여론의 반대에 부딪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바마 당선으로 분명해진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와 미국의 미디어 정책은 ‘닮은 꼴’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에 대한 미국의 규제 기준이 변하고 있다. 산업적 효과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미디어 분야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철학과 권력지향적인 신문사에 보도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 소유권을 주겠다는 한국의 철학이 어찌 같을 수 있는가?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공익을 위한다면 오바마의 미디어 철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변화(change)'해야 할 것이다.
YTN 김현우 미디어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