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KBS 특감 파문과 관련해 감사원이 고위직 12명이 집단 사의를 표명하고 국회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는 등 ‘정치적 독립성’이 뿌리째 의심받고 있는데도 특감 결과 사장이 해임된 KBS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주요 언론들이 감사원의 쌀 직불금, KBS, 공기업 감사의 불투명성, 내부 직원들의 자기비판 등을 거론하며 감사원의 중립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당사자인 KBS는 특감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아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KBS 국감 과정에서는 이사회가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검토도 없이 정 전 사장의 해임 요청을 받아들인 사실이 집중 추궁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필사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회의록을 제시하고 야당 의원들이 KBS 특감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요구하자 김황식 감사원장이 “절차상 불미하고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9시뉴스는 해당 사실을 리포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감사원 실무자협의회가) 특히 최근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KBS 감사 등에 대해서도 영혼 없는 감사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지적했다’는 리포트가 KBS 감사에 대한 언급으로서는 전부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KBS가 평소 같았으면 사실 보도는 기본이고 감사원을 집중 해부하는 시리즈 기획물이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의 아이템들을 내보냈을 것”이라며 “권력 비판에 앞장섰던 탐사보도팀의 개편 논란, 이병순 사장의 ‘보도의 기계적 중립성’ 발언 등 최근 분위기가 적극적인 보도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KBS 역시 최근 감사원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른 방송사와 차이 없이 리포트를 했다”며 “당사자인 KBS가 이미 종결된 특감에 대해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KBS 감사 관련 보도에 징계를 내린 근거를 살펴봐도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자기 회사의 문제더라도 뉴스 가치가 있다면 다룰 수 있다는 데는 심의위원 간 합의가 있었다”며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는 것이 당시 징계의 취지”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 5월 감사원이 특별감사 실시를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위에 ‘감사원 특별감사 실시 결정 취소심판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8월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요청하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KBS의 입장’을 내고 “KBS에 대한 특별감사는 정치적 표적감사”라며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