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초기비용·시장 예측 불가능 등 위험부담 커“자금도 없고 대안도 없다.”
한 마이너 종합일간지 간부는 신문산업의 전망이 암울하다고 털어놨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종이 값과 매년 줄어드는 광고 물량, 경기 악화 등이 신문의 존폐를 위협하는 악재가 되고 있다.
매년 영향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고 정기구독률도 하락 추세다. 그래서인지 ‘방송 진출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에선 섣부른 방송진출이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송에 진출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는 푸념도 나오고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되면 빈익빈 부익부, 여론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마디로 지금 신문은 혼란기에 있다.
신문, 총체적 경영 압박최근 미디어경영연구소는 올해 종합일간지의 부실 지수가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폐가 드러날 것”이라는 살벌한 진단도 나왔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종이값 인상이다. 신문사 전체 경영자금 중 50~60%가 바로 신문용지대. 그런데 최근 1톤 당 20만원 가까이 값이 올랐다. 3월 3만원, 7월 6만원 인상됐고 10월엔 10만원 선이 더 오를 전망이다.
10만부를 발행하는 신문사는 통상 한달간 5백~7백톤을 소비, 월간 1억~2억원을 기존보다 더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1년이면 12억~24억원이 더 지출된다. 1백만 부를 발행하는 신문은 1백20억~2백4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미디어경영연구소 주은수 소장은 “신문용지값 인상 외에 광고매출 감소 추세, 잉크 값 등 원자재값 인상, 미디어산업 지형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신문 건강지수는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지출규모 축소, 이로 인한 매출력 감퇴로 총제적인 경영 악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전년 9월 동기대비 광고게재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조사결과 조선이 46%, 동아가 48%, 중앙이 30% 감소했다. 2007년 9월 조선은 하루 평균 20개의 광고를 실었으나 올해는 10.8개에 그쳤다.
동아 역시 지난해 하루 평균 18.9개의 광고를 실었지만 올해는 10개였다. 중앙 역시 18.2개에 달하던 광고가 12.9개로 뚝 떨어졌다. 하루 평균 6~10개의 광고가 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이너 신문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이다.
한 일간지 광고국 관계자는 “경기 악화를 온몸으로 체감한다”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기구독률, 신뢰도도 하락 추세. 실제 한국언론재단의 200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정기구독률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96년 69.3%였던 정기구독률은 64.4%(1998년)→59.8%(2000년)→52.9%(2002년)→48.3%(2004년)→40%(2006년)→36.8%(2008년)로 계속 하락추세다. 신문종사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이유다.
방송 진출이 신문의 살 길?이에 따라 신문사들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방송 진출만이 신문의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신문만 가지고는 버티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실제 많은 신문사들이 케이블TV 등을 인수하며 보도PP, 종합편성채널 진출 등을 노리고 있다. 조선 중앙 등 규모가 큰 종합일간지를 비롯해 한국·국민 등도 케이블TV 산업에 뛰어들었다. 경제신문의 경우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등을 제외한 4곳이 케이블TV를 보유하고 있다.
종합일간지의 한 간부는 “지금 신문산업은 위기”라며 “신문산업이 좋지 않다 보니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신문·방송겸영이 허용되면 보도PP,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위한 노림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신문의 방송 진출이 실익을 거둘 수 있느냐다. 신문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 초기 비용이 들고 방송은 포화상태기 때문. 당장 수익을 낼 수도 없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주 박사는 “연구 결과 YTN이나 MBN도 10년이 지나서야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5~10년간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언론사에도 모험”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미디어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과의 컨소시엄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 시장 예측 불가능성에 따른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종합일간지의 한 간부는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부가 어느 정도 법제화를 추진할지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본 뒤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의 한 간부는 “자금도 없지만 방송도 레드오션”이라며 “지상파를 제외하고는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병규 미디어평론가는 “만에 하나 신문사가 보도채널에 편입되더라도 YTN, MBN 등과 경쟁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지상파 TV나 기존 보도채널을 인수한다면 모를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모든 방송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생각은 섣부르다는 설명이다. 실제 많은 케이블TV는 고전 중이다. 신문들로선 정부의 미디어정책 변화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