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연휴를 다 쉬지도 못하니까 피로를 회복할 수 없어요. 일반 여성들도 힘들겠지만 그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12년차)
“시댁에서 배려를 해주시는데도 당직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죠. 일과 가정 모두 마찰이 없게 하려면 좀 더 노력을 해야 해요.” (20년차) 추석연휴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기자들은 이번 추석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다. 짧은 일정 탓으로 연휴 3일중 2일이나 하루 반만을 쉬어야 하는데다가 며느리, 딸, 엄마 노릇까지 해야 하는 등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
방송사 한 여기자는 “이번 연휴 중 추석 당일 당직이 걸렸다”면서 “다행히 결혼하지 않은 여기자가 있어 바꿨다. 평소에 가족 경조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추석 당일마저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집안의 맏며느리인 신문사 한 여기자는 “결혼 초반기에 바쁜 부서에서 근무할 때 명절이 너무 힘 들었다”면서 “이번처럼 연휴 일정이 빡빡하면 추석 전후로 매우 피곤하다”고 말했다.
결혼을 한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여기자들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자녀들이 어리고 격무에 시달리는 때가 많다. 이종업계에 있는 시댁 식구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음식장만 등 가사노동에 빠지기가 더 어렵다. 같은 기자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의를 구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소속 부서도 영향을 준다. 여기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문화부는 일반적으로 업무강도가 다른 부서에 비해 덜하지만 명절에는 더 바쁜 부서다. 추석 특집판을 메우느라 지치기 일쑤다. 사회부나 정치부서에서 근무하는 여기자들은 제대로 연휴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기자들도 명절은 고통스러운 존재다. 결혼한 여기자들과 당직근무를 바꾸어 줘야함은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결혼 적령기를 벗어난 경우가 많아 ‘결혼 압박’에 시달기도 한다.
여기자들이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고는 하지만 다른 직장여성들에 비하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가정 내에서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다른 직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사들이 이러한 여기자들의 고충을 감안해 유연성 발휘해주려 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이 아직은 많다. 하지만 여기자들 스스로는 명절을 이유로 당직을 아예 빼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로서 지켜야할 책무를 가정에 있어 지켜야 할 책무보다 무겁게 여기고 있어서다.
한국여기자협회 김영미 회장(연합뉴스)은 “명절은 가족의 화합과 단합에 기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데 행사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노동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한테 가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된다”며 “직업여성이 많아진 만큼 전통적 여성관도 조정돼야 한다. 여기자들도 평상시 자신의 직업적 한계에 대한 이해를 가족들에게 구하는 등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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