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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 '정면 돌파' 닮았네

KBS 서기원·서동구·이병순, 출근저지 투쟁 물리력 진압

장우성 기자  2008.09.03 14: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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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서기원, 서동구, 정연주 전 사장과 이병순 사장에 이르기까지 네 번째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경험했다. 네 사람 모두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 전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장들은 물리력을 동원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특히 첫 출근부터 ‘강공’을 택한 것은 청와대 내정설이 밝혀지면서 사퇴한 서동구 전 사장과 현 이병순 사장이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첫날 청원경찰 1백20여명을 동원, 출근저지투쟁에 나선 50여명의 KBS 사원행동 측 직원들을 뚫고 취임식을 강행했다. 현장에는 영등포경찰서장과 형사들이 나와 KBS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철성 서장은 기자들이 항의하자 “언론인들은 입이 발달한 사람들이라 상대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사원행동 측은 출근 저지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막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대신 취임식장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에 불참, 동력도 떨어지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 사장의 승용차가 본관 앞에 나타나자 청원경찰들은 삽시간에 사원행동 직원들과 취재기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원행동 직원들은 물론 일부 취재 기자들까지도 부상을 당했다. 본관 정문을 봉쇄하고 본관 1층 엘리베이터로 가는 통로는 셔터문과 철문으로 막아 모든 출입을 금지했다.

짐작하지 못한 강경 진압에 자극된 직원들과 청원경찰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청원경찰들은 제복을 착용해야 하는 근무규정을 어기고 사복을 입고 진압에 나서 “사복경찰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KBS의 한 기자는 “대화와 통합을 시도해도 마땅치 않은 판에 취임 첫날부터 힘으로 반대를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사내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5년 전에도 KBS 본관에는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서동구 전 사장은 2003년 3월28일 첫 출근 당시 청원경찰 1백여명을 동원, 두 차례 시도 끝에 노조원들을 물리치고 출근에 성공했다. 여파는 컸다. KBS노조는 김영삼 당시 노조위원장이 삭발로 항의하고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서 전 사장은 결국 5일 뒤 “대통령이 KBS를 맡아달라고 했다”고 한 고백이 알려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KBS 사태’를 부른 서기원 전 사장은 1990년 4월9일 임명된 뒤 사흘 간 노조의 저지에 막혀 출근을 하지 못하다가 12일 경찰력 투입을 요청,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취임식을 강행했다. 정연주 사장은 2006년 연임된 뒤 출근 저지를 하는 노조원들을 피해 주차장 입구 대신 출구로 출근, ‘역주행’ 시비를 빚었다. 이때 취임식은 생략하고 사내방송으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