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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병순 사장이 지난달 27일 KBS 사원행동 직원들의 출근 저지를 뚫고 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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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 인사 “전형적 구시대 인물” 비판KBS 이병순 사장이 ‘낙하산 사장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걸음인 취임사와 인사에서부터 ‘방송 장악’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병순 사장은 27일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온 프로그램의 존폐 검토”와 “국민들이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폐 발언은 편성규약 위반존폐를 검토한다는 프로그램은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이 꼽힌다. 두 프로그램은 조·중·동 등 보수신문과 단체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사장의 프로그램 존폐 발언은 ‘KBS 편성규약’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은 제4조 4항에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KBS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제일 먼저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2003년 한차례 개정했다. KBS 편성규약은 제1조에 “내외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을 지키고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편성규약 제정의 정신은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제작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장이 “프로그램의 존폐”를 취임사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병순 사장은 28일 노조를 방문해 “폐지 프로그램의 리스트는 없으며 편성본부장이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낙하산 사장이 올 경우 제일 먼저 우려했던 것이 개혁 성향 프로그램의 폐지였다는 점에서 의혹을 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발언은 정연주 전 사장 때 확대된 제작 자율성에 손을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 시절 도입된 팀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선배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어 기본과 기초를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며 “수습사원부터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는 제작 여건과 환경을 만들겠다”는 발언도 지적을 받고 있다.
KBS의 한 중견 기자는 “팀제는 층층시하의 데스크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일선 기자의 자율성을 확대한 장점이 있다”며 “국부제로 전환하거나 일부 부활될 경우 창의성보다는 통제에 익숙한 과거의 보도국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 부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 부사장 인사도 논란의 대상이다. 1일 KBS 이사회가 임명 동의한 김성묵, 유광호 부사장은 ‘프로그램 통제’와 ‘구조조정’의 전문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년퇴직까지 한 이들을 불러들인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KBS사원행동은 이사회의 임명동의 후 낸 성명에서 김성묵 부사장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이른바 ‘숙제검사’로 악명을 떨쳤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며 “권위를 빙자해 현장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기계적 중립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려는 자들에게 한때 구악의 배에 같이 올랐던 자가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유광호 부사장은 “(1999년) 환경직 아웃소싱에 앞장서 가장 먼저 피를 묻힌 인물”이라며 “그 공을 인정받아 사장의 측근인 노무주간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사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이게 만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KBS는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의 논의 결과 TV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다뤄질 무렵 일부 계열사의 합병과 임금 23% 삭감, 인원 25%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조만간 있을 본부장 인사와 팀장, 일선 기자 인사를 거치면 그 윤곽이 더욱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분간 ‘속도조절’ 전망도그러나 이병순 사장이 당분간 ‘속도조절’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달은 기자협회, PD협회 등 직능단체장들의 교체기인 데다가 추석 이후에는 11월 치러질 노조 새 집행부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새 경영진은 노조와 사원행동의 균열을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집행부가 들어서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온건파’의 입지를 좁힐 조치는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사장이 취임 바로 다음날 노조를 직접 찾아가 상견례를 자처한 것도 이러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