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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구성원 책임감 가져라"

방송구조 개편 속 '자사 이기주의' 우려… "민주화 대신 타협 선택 아쉽다"

장우성 기자  2008.08.27 15: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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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자 결정 뒤 이병순 사장 후보자가 탄 택시를 전투경찰들이 에워싸며 보호하고 있다. KBS사원행동 측 직원 50여명은 이 사장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장우성 기자  
 
KBS노조의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고 총파업에는 돌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외부의 우려와 비판이 거세다.

KBS 내부에는 “사분오열된 내부를 추스르고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사장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노조의 결정도 이 같은 여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노조는 KBS 사원들의 고용안정 등에서는 계속해서 싸울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KBS 사태는 한 회사의 사안이 아니라 방송사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자사 이기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KBS노조의 행보는 전체 방송구조개편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KBS 문제 해결 방향에 따라 MBC, EBS 민영화 및 SBS의 보도·방송 내용, YTN 사태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노조의 조합원은 “KBS의 행보를 가슴졸이며 지켜보고 있다”며 “같은 방송 종사자 중에서도 큰 의무감을 가져야 할 KBS 구성원들이 ‘방송 공공성 지키기’라는 대의 앞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사장 문제를 떠나 KBS노조의 언론노조, 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와의 불협화음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 노조의 관계자는 “KBS노조의 고립적인 노선 속에서 다른 방송사와의 연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KBS노조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KBS의 고용안정, 복지 문제 등 개별 근로조건도 연대 투쟁이 아닌 기업별 노조 형태의 싸움에서는 방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중요한 계기라는 점에서 KBS노조의 결정은 ‘근시안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신대 노중기 교수(사회학과)는 “전체 언론 민주화를 간과하고 자기 회사 중심으로 타협하는 것은 가장 의식이 발전된 언론노동자가 모여 있는 언론사 노조로서는 안타까운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중에서도 언론사 노조의 역할은 남다르며,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사로서 최대 규모이며 언론노조 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KBS노조의 책임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비정상적인 근대화 과정 탓에 민주주의의 지체를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며, 그 안에서도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가져야 할 노동조합은 개별 사업장의 이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KBS노조가 현재 상황을 큰 그림으로 보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 사회의 노동조합으로서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