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옥 곳곳에 붙어 있는 물자절약 포스터에 흥미있는 내용이 눈에 띈다. “신문용지가 금 종이(金紙)가 됐습니다. 신문 1부, 내 몸의 피 한방울처럼 소중하게 여깁시다”라는 문구다. 한겨레 관계자는 “종이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신문 1부라도 허투루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올린 글”이라고 말했다.
정말 신문용지가 금 종이가 됐다. 신문용지 값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에 톤당 3만5천원, 7월에 5만원이 올랐던 종이값은 9월부터 톤당 10만원이 더 인상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회사인 한국노스케스코그는 9월부터 10만원 인상 방침을 각 신문사에 문서로 통보했다. 페이퍼코리아, 보워터코리아, 대한제지 등 나머지 3개 제지사도 구두로 인상 방침을 밝혔다.
9월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톤당 60만원 안팎이었던 종이값은 톤당 8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종이값만 약 30%나 인상되는 셈이다. 광고 매출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종이값 등 신문 제조원가 인상은 경영 압박으로 이어진다. 용지값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 지출은 신문사 규모에 따라 20억~2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9월부터 톤당 10만원이 더 오를 경우 현재까지 들어간 비용의 2배 이상의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중앙일간지 경영전략실 관계자는 “종이값이 신문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경영 압박은 가중된다. 감당 안 된 종이값 때문에 동아·조선·중앙일보도 발행부수를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문협회 총무협의회는 25일 노스케스코그 쪽과 만나 가격 인상폭을 조정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총무협의회는 ‘9월 10만원 인상’에 난색을 표명하고 ‘10월 5만원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스케 쪽은 고려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노스케 쪽에서 ‘3분기에 톤당 8백50 달러, 4분기에 톤당 9백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 인도 이메일을 보여주더라. 수출하면 10만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로, 용지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지회사와의 가격 협상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용지값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제지회사들이 우월적이 된 상황에서 신문사들의 주장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차제에 발행부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감면을 단행해 용지값의 비중을 줄여나가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수입은 줄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샌드위치 상황에 처하면서 경영의 어려움은 메이저와 마이너를 초월한다”면서 “구독료 인상, 감부·감면 등 신문업계 전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