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자들 사이에선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일이 암담하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지난 14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기념 포럼에 참석한 매일신문 최정암 경제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메이저로 불리는 신문에서도 결국 신음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는 “신문구독자 감소, 광고량 급감, 전국지들의 파상공세 속에서 지역신문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부연했다.
본보 취재 결과, 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전남지역의 한 중견기자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예년보다 고통지수가 높아진 느낌”이라며 “지역신문은 지금 빈사상태인데 이명박 정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마저 폐지하려 든다”고 통탄했다.
광고 매출 40~50% 줄어 올해 들어 지역신문 광고수주는 바닥을 치고 있다. 10~20% 감소로 양호한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40~50%까지 감소해 “광고가 반토막 났다”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충남지역 일간지 관계자는 “우리 신문의 경우 지난 달 2억원 적자를 봤고 타 신문도 3억 이상 적자를 본 걸로 안다”며 “40%가량 매출이 줄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일간지 관계자도 “유료 광고가 작년에 비해 40~50% 줄었다”고 말했고 강원지역 일간지 관계자도 “50% 가까이 빠졌다. 다른 지역 신문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지역언론에선 이런 광고감소 원인을 건설 경기하락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광고는 종적을 감췄다. 지역신문의 경우 이런 부동산 광고가 전체 광고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신문 광고국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분양 광고가 얼어붙었고 이 여파가 다른 업종에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일보 광고국 관계자도 “부동산이 굉장히 심하게 줄어들었다. 체감경기는 더 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지역신문 관계자들은 “중앙일간지의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지역신문의 사정이 사실 더 심각하다”며 “베이징 올림픽 특수도 지역신문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영 악화·업무 가중 ‘이중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신문 기자들의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지역신문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사정이 어렵다. 광고를 따오라”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
전북 지역의 한 일간지 기자는 “기자들에게 기사 외의 업무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광고나 책 판매 등 부수적인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 업무량도 과거에 비해 3~5배까지 늘었다는 게 기자들의 말이다. 데스크급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고 ‘업무’를 도맡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여기에 중견기자들은 3~7년차 젊은 기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기업 홍보마케팅 부서로, 중앙 언론사로 이직하는 기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충남 지역의 한 중견기자는 “여름휴가가 끝나면 이직률이 최고에 달한다”며 “이 지역의 경우 중앙언론사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연봉이 두배가 넘는 기업 홍보팀으로 많이 옮긴다”고 털어놨다. “젊은 세대들에겐 연봉과 휴식이 최우선이고 복지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자 복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매년 경영악화가 경영진의 ‘레토릭’이었기 때문이다. 전화기에선 “일은 엄청나게 하는데 경영진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월급을 올릴 생각을 않는다”는 말이 들려왔다. 한 기자는 “사주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기자들은 피가 마른다”, “고통 분담하는 시늉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강원 지역의 한 기자는 “경영진은 언론인의 사명만 강조하면서 기자 복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기자들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언론의 수준도 하락한다”며 “이것은 회사와 기자 모두가 고민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기자들은 경영진이 과연 임금 인상, 기자 복지, 고통 분담 등에 적극 참여했는지 되묻고 있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유지해야” 지역신문 기자들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역시 지역신문 지원책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거센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까지 시행키로 했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차 예산심의회의를 열고 “국고에서 출연하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일반회계전입금 1백30억원을 전액 삭감키로 하고, 이 내용을 지난 15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신문고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중앙일간지의 경품 살포 및 무료 구독을 전혀 단속하지 않고 있기 때문. 자본력이 없는 지역신문이 독자 형성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지역신문 시장의 80%를 중앙지가 잠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원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통한 지원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기대와 희망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여론 형성과 지역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