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외압·법 개악·방송 장악·인터넷 통제 등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부터 ‘험로’ 예고
이명박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56.8%와 2.7%. 두 가지 수치가 이 대통령 취임 6개월의 언론 정책 성적표를 대변한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대통령 취임 한 달 뒤인 3월20일부터 24일까지 현직 기자 2백50명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자유가 신장될 것인가’를 물었다. 56.8%가 ‘신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문법 폐지 반대 61.6%, 신문방송 겸영 반대 63.6%, MBC 민영화 반대 52.8% 등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언론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도 ‘언론자유가 신장될 것’이라는 응답도 36.8%를 기록해 일말의 기대는 남아 있었다.
기자, 대통령 국정 지지도 2.7% 그로부터 6개월 뒤 기자협회가 실시한 기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 지지도가 2.7%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이 3백3명이니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8명에 불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조사라고 해도 이는 거의 ‘불신임’ 수준에 가깝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간 언론 관련 사건만 살펴봐도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6개월 언론계는 한마디로 ‘논란과 의혹’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압 논란은 한 달에 한번꼴로 일어났다. 취임 직전이긴 하나 지난 2월 편집국장 교체까지 이른 국민일보 박미석 수석 논문표절 의혹 기사 삭제에서 시작, 3월 YTN 돌발영상 삭제 논란, 4월 국민일보의 이동관 대변인 땅투기 의혹 관련 기사 삭제 파문, 5월 EBS ‘지식채널 e’ 결방 등 각종 외압 시비가 잇따랐다. 모두 청와대와 관련된 사건들이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기자실 복원 등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정보공개법 개정은 아직 논외의 대상이다. 각종 청와대 엠바고 파문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보도 통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강행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은 ‘험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씨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언론인개별접촉보고서 파문, 땅 투기, 갤럽 회장 시절 여론조사 결과 사전 유출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내정 한 달 만에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입성했다. 이후 최 위원장은 KBS 정연주 사장 사퇴 압력, KBS 사장 대책회의 주선 등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방송법 ‘자본 프렌들리’ 논란 각종 법령 개정도 시빗거리가 됐다. 2월 방통위 설립법은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하는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실현해 언론단체들의 반발을 불렀다. IPTV법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재벌의 참여 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을 가질 수 있는 대기업의 범위를 자산총액 10조원 이하로 확대한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지상파TV를 소유할 수 있는 기업을 자산총액 10조원 이하로 완화했다. 이는 ‘자본 프렌들리’라는 우려를 부르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역시 ‘방송 장악 시나리오’였다. 2월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이몽룡 사장 임명을 시작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 양휘부 사장, 아리랑TV 정국록 사장, YTN 구본홍 사장 등 이명박 캠프 방송특보 출신이 줄줄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는 노골적이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바로 다음날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 정 사장 사퇴를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야권 성향의 신태섭 이사 교체, KBS의 감사원 특별감사, 정 사장 배임 의혹 검찰 수사, KBS 외주제작사에 대한 세무조사, ‘국정철학 실현하는 사람이 KBS 사장이 돼야 한다’는 박재완 청와대 수석의 발언 등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동시다발적인 일련의 조치는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급기야 경향신문이 보도한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김은구 KBS사우회장이 참석한 ‘KBS 사장 대책회의’는 결정타였다.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및 방통심의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 역시 ‘방송 길들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송과 함께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한 세무조사, 인터넷종합대책, 방통심의위의 조·중·동 불매운동 게시물 삭제 결정, 불매운동 네티즌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인터넷 통제’도 거센 비판에 부딪쳤다.
강상현 언론정보학회장(연세대 교수)은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을 독립적·공적 영역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권력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려 하면 결국 정권 스스로 올가미를 쓰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