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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말씀 좀 해보십시오"

사원행동 격렬한 저항…사장 임명제청 되던 KBS의 하루

장우성 기자  2008.08.25 20: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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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10시경 KBS 본관에 도착한 이지영, 남윤인순, 이기욱 이사(앞줄 왼쪽부터)가 사장 후보자 면접이 열리는 6층 제3회의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KBS 사원행동측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면접을 통해 이병순 사장 후보자를 결정한 25일 KBS 이사회 역시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 파행으로 진행됐다.

KBS 노조와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2백여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본관 앞 계단, 1층 엘레베이터 앞과 본관 좌측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 등을 지키며 이사들과 후보자들의 출입을 통제했으나 진입을 막지 못했다.


이사회 측 회의 장소 직원.취재진 접근 봉쇄


이사회 측은 청원경찰 등을 동원해 회의 장소인 6층으로 올라오는 모든 진입로를 막았다.

여권 성향의 6명의 이사와 김성호, 심의표 후보가 이미 본관 6층 제3회의실로 올라간 상태에서 9시반 경 박동영 이사, 이춘발 이사가 도착했으며 직원들은 “불법적인 이사회를 저지하라”고 요구했다.

10시쯤 남윤인순, 이기욱, 이지영 이사가 본관에 도착, 3명의 이사들은 “KBS 사장 대책회의 파문 등 현 상태에서 이사회에서 사장을 임명 제청하면 불공정 시비를 부를 수밖에 없다”며 “임명 절차 중단과 재공모 실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KBS기자협회장 등 직원 대표들이 이사들과 올라가 직원들의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요구했으나 이사회 측은 이를 거부, 한때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11시반 경 야권 성향 4명의 이사들은 이사회장을 나와 “사장 임명 절차 중지, 재공모 실시 등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면접 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떴다.


이병순 후보, 견학홀 출입구 통해 이사회장 진입




   
 
  ▲ KBS사원행동 측 직원들이 본관 앞에서 이병순 사장 임명 제청자가 탄 택시를 막아서자 전투경찰들이 진압에 나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유력한 후보자인 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의 이사회 면접 참가를 막기 위해 계속 출입구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이병순 사장은 오후 1시쯤 본관 정문 옆 견학홀 출입구를 통해 이사회장으로 올라갔다.

이에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5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비상계단 철문을 부수고 진입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각 후보자 별로 30분 면접이 끝나고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둔 상태에서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나오는 후보자들과 이사들에게 항의하겠다며 출입구를 지켰다.

오후 4시경 이병순 사장과 김은구 KBS사우회장, 심의표 KBS비즈니스 전 감사가 탄 택시가 본관 앞에서 발견돼 사원행동 측 직원 40여명은 택시를 막아서며 후보자들과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는 택시 문을 열고 “선배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나와서 말씀 좀 해보십시오”라고 절규하듯 항의했다.

출동한 전투경찰은 “불법행위자는 지금 즉시 검거하겠다”며 경고 방송을 계속했으며, 이때 유재천 이사장이 본관 지하 식당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은 다시 이쪽으로 이동했다.

직원-청원경찰 사이 격렬한 충돌




   
 
  ▲ 사장 임명 제청 뒤 유재천 이사장이 본관 지하 식당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원행동 측 직원들이 지하 식당으로 가는 문에 들어서려는 과정에서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때 본관 지하 주차장에서는 청원경찰과 직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주먹이 오가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결국 이사들은 직원들의 통제를 피해 KBS를 빠져나갔으며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본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이사회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으고 노조의 입장을 듣자며 노조 사무실로 50여명이 옮겼다.


노조 집행부가 비대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며 취재진들은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어떻게 언론사에서 기자의 취재를 막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회의 결과 이병순 사장을 인정하고 총파업은 돌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을 위한 법개정운동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어떻게 노조가 파업이라는 무기를 이렇게 쉽게 포기하느냐”며 “정부가 대책회의가 들켰다고 마음을 바꿔 이병순 사장을 낙점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며 항의했다.

사원행동 측 직원들은 노조 면담 뒤에 정리집회에서도 이사회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투쟁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