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 시나리오’는 역시 존재했다. 우려했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대부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KBS, MBC, YTN의 고립된 싸움을 지양하고 각 방송사, 시민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진보 성향의 언론과 언론시민단체, 야당은 KBS 사태와 관련해 ‘신태섭 이사 축출, 이사회 내의 우위 확보-검찰의 정연주 사장 기소-이사회의 해임권고안 의결-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낙하산 사장 투입’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해 왔다.
KBS의 경우 지금까지 거의 맞아떨어졌다. 검찰 기소보다 감사원의 특감 결과 사장 해임 요구가 먼저 이뤄졌고, 이사회의 해임권고안에서 ‘해임제청안’으로 한 발 더 나갔을 뿐이다.
대통령의 측근인 주요 언론기관장으로 예상됐던 인물들도 대부분 입성에 성공했다. 구본홍씨의 YTN 사장설은 올해 초부터 나왔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후보로 오르내리던 양휘부씨도 결국 자리를 차지했다.
사장 문제가 직접 걸린 KBS와 YTN은 구체적인 ‘전술’에서도 유사하다. 위법·탈법 논란을 감수하며 안팎의 저항에 개의치 않고 속전속결로 돌진한다. YTN은 이사회의 급작스러운 개최 장소 변경과 주주총회 때 용역업체 동원, 소액주주의 참여 배제 등 ‘날치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구본홍씨를 이사로 선임했다. KBS 이사회도 8일 18년 만에 KBS에 공권력을 난입시키는 무리수를 뒀다. 13일 임시이사회에서는 개회 20분을 앞두고 장소를 호텔로 옮기며 ‘친야’ 성향의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사장 선출 방식을 확정했다.
애초 언론운동 진영에서는 9월 쟁점 언론 관련 법안을 다룰 정기국회가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는 시점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정부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이런 상황을 풀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연대’라는 지적이다. 지금 국면은 개별 방송사의 이해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언론의 정체성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KBS, MBC, YTN은 물론 전체 방송사, 시민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개별사의 고립된 문제로 갈 경우 수세적인 타협에 이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각 방송사와 시민사회 등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향방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전 사회적 저항에 대한 이유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