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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방송 장악 현실화

낙하산은 신호탄, '더 큰 시나리오' 우려

장우성 기자  2008.08.21 15: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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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권 통제 등 ‘내부 재편’ 예상…방송민주화 물거품 위기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앞으로의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KBS 정연주 전 사장 등이 벌이고 있는 법적 대응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미지수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행사한 사장 해임권을 법원이 쉽게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낙하산 사장 문제 등은 신호탄이며 앞으로가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KBS에 대한 재편 작업이 진행되면 MBC 및 다른 방송사에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 내부 장악 드라이브가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유·의결 구조 민주화, 노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밑으로부터의 견제력 강화, 보도 자율권 확대 등 1988년 방송사 노조의 설립을 시작으로 한 방송민주화 운동 20년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더 큰 시나리오’가 우려되는 것이다.

보도 자율권 위축 우려
KBS, MBC, YTN 모두 장기적 국면에서 예상되는 변화는 확장된 보도 자율권에 대한 통제다. 우선 가능한 것은 ‘게이트키핑’의 강화. KBS는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면 정연주 사장이 만들어놓은 팀제에 ‘수술’이 가해질 전망이다. 실제 정 사장이 도입한 팀제는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았으나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강화해 일선 소장 기자와 PD들의 의견이 많이 관철되는 토대가 됐다. 방송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KBS는 팀제 도입 후 데스크 기능이 약화되면서 일선 기자들의 보도가 적절히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 직제의 부활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MBC 엄기영 사장이 13일 방통위의 PD수첩 사과방송 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게이트키핑의 강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엄 사장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정확성, 공정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강화된 새로운 가이드라인 제시 △데스크 기능 강화 △법률 전문가 사전 검증 시스템 도입 등의 대안을 내놨다.

사주와 간부의 장악력이 높은 신문사와 달리 방송사에서 상대적으로 일선 기자의 발언권이 강했던 것은 최근 20년간 방송 민주화 운동의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다. 이상적인 것은 데스크와 일선 기자 사이의 유기적인 소통이나 최근 양상으로 볼 때 이런 흐름은 취재 위축과 자기 검열의 강화로 권력·사회 비판 감시 기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장파 기자·PD 입지 위협
방송사의 진보·소장파 기자와 PD들에 대한 압박 및 거세 작업도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공개적으로 “정연주 사장 이후 KBS에 좌파 성향 기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탄핵방송 등 편파방송이 극심해졌다”고 비난한 바도 있다.

이는 앞으로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법적·인사 조치 등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KBS에 낙하산 사장이 오거나 MBC PD수첩 압박 및 민영화가 현실화되면 격렬한 저항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급 기자, PD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방송장악 저지’ 파업이 진행될 경우 법적으로는 불법 파업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이용한 각종 고소·고발 등으로 최악의 경우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인사 조치를 통해 주요 진보 소장파 직원들을 한직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예측되는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진보·개혁성향 프로그램 역시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 보수언론의 공격을 받아온 KBS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MBC ‘PD수첩‘을 비롯한 주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률 사각 시간대 이동, 보도 내용에 대한 직·간접적 간섭 등은 물론 명분이 축적되면 폐지를 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인원 감축, 구조 개편 등으로 ‘예봉’을 무디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노조 견제·구조조정 압박
노조 약화 작업도 점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보수 세력이 방송사 노조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는 언론노조의 주력군인 MBC노조가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MBC가 자사 출신들이 계속 사장이 되면서도 힘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노조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불씨는 구조조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철학 실현과 방송사 내부 장악에 구조조정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감사원은 KBS 특감 결과 “BBC및 NHK와 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성 경비 감축 등 경영관리의 전반적 효율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MBC 역시 민영화 근거로 ‘방만 경영’ 시비가 적지 않아 직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여지가 크다. 구조조정은 여론 선점과 내부 통제를 위한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방만’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조성할 수 있고 내부 직종별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장악 저지’ 내부동력은?
정부의 재편 시나리오를 막아낼 수 있는 관건은 내부 동력이다. 내부 구성원이 얼마나 통합돼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중견 기자는 “방송사 내부에는 다양한 이념과 이해를 가진 구성원들이 뒤섞여 있다”며 “노동조합과 직능별 조직들이 이를 어떻게 대의로 묶어내고, 양심적 세력과 어떻게 연대할지가 앞으로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