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의 정파적 보도가 한국저널리즘의 최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44주년 기념 포럼 ‘2008년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묻는다’가 13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2층 한국언론재단 대강의실에서 열려 최근 촛불정국에서 나타난 한국 언론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날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언론 위기가 거론되기 시작하는 것은 자기 권력화한 정파적 언론의 병폐가 질병적 징후로 다시 나타나고 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시위 과정에서 언론들은 우든 좌든 제멋대로 편파 보도, 공격보도를 일삼았다”며 “코드가 맞는 취재원과 기고자들을 동원하는 등 언론의 광우병 보도, 촛불시위 보도에는 저널리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보도, 객관보도의 정신이 실종됐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일부 언론의 공격 저널리즘은 필시 분노와 저주, 비난과 비아냥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며 “그래서 감정으로 격해진 언론의 공격보도는 언론들 간의 한바탕 싸움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시민집단 간의 분열적 다툼으로 비화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보수언론과 보수시민집단, 진보언론과 진보시민집단은 서로 갈등과 불신, 반목하는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사실·객관보도를 통한 언론의 신뢰도·공정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것.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저널리즘이 정파적으로 변질된 것도 미디어가 성숙해 가는 한 과정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은 “진보 매체들 역시 공정보도에 대해 일정부분 자성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부수도 많고 자본력도 충분하면서 소수자 대변에 소극적이고 권력을 감시·비판하지 않는 신문사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권력을 비호하는 언론과 필연적으로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파적 저널리즘에 대한 양비론적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신문 등 올드미디어는 문명사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신문사 등 전통매체들이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 저널리즘은 문화적, 문명적, 산업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들이 ‘더 높아진 신문의 신뢰지수’ ‘세상을 알려면 신문을 꼭 읽어라’ ‘종이매체의 가치, 디지털 시대엔 더 커져’ 등의 기사로 낙관론을 퍼뜨리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신뢰도와 이용 빈도가 높아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외국 언론의 경우 뉴미디어로의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
최 기자는 인터넷 매체가 20%, 신문이 16%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와 조·중·동이 포털 다음에 기사 공급을 중단한 후 순방문자수(UV)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언론 역시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도 “신문사 등 전통매체들이 구조적인 위기를 지면 혁신 등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든다”며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편집국 내 변화가 아니라 미디어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변동”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 언론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북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의 최정암 경제부장은 “지금 지역신문의 경우 신문구독자 감소, 광고량 급감, 전국지들의 파상공세 속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기자들 사이에선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자체가 암담하다는 말이 나온다.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