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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초 쇠고기 졸속협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서울시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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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언론을 흔들었다. 지난 5월 초부터 3개월간 거리를 가득 메웠던 촛불은 언론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촛불정국으로 인해 시민사회에는 언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반 조·중·동 정서가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KBS YTN 방송 독립성 수호에도 눈길이 쏠렸다.
보수 진보 언론간 뚜렷한 입장차로 신 미디어전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호불호도 더욱 뚜렷해졌다. 과연 촛불은 언론에 무엇을 남겼나, 정리해 본다.
시민들의 ‘집단 자각’먼저 시민사회의 대 언론관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촛불집회 이전까지 ‘언론 분야’가 시민사회의 핫이슈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안티조선운동이 있었지만 촛불 정국만큼은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촛불집회는 저널리즘의 올바름에 대해 대규모 시민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촛불보도가 피부에 와 닿는 문제였기 때문.
과거 미디어비평가나 소수 지식인들이 언론을 비판했다면, 촛불정국 이후 시민들은 언론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촛불이 언론에 대한 ‘거대 지성’의 ‘집단 자각’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이는 주로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 운동으로 나타났다. 광범위한 구독거부 운동과 광고주 압박운동의 파괴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실제 6월과 7월 해당 신문사는 1백억원 안팎의 광고매출 손실과 1만부 안팎의 절독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BS, MBC, YTN 등 방송 독립 수호 촛불집회, 한겨레 경향 구독운동·격려광고 보내기 등 네거티브 운동을 넘어선 포지티브 운동 역시 시민사회의 대언론 자각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개혁이라는 과제들이 전면에 드러났고 또 보편적으로 확산됐다”며 “과거보다 기성언론의 프레임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평했다.
반 조·중·동 정서 확대조·중·동 등 보수신문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대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보수언론 1백년 역사상 촛불정국만큼 비난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시위 현장에서는 보수언론 기자들에 대한 반감도 상상을 초월했다.
6월 거리는 촛불로 뜨거웠지만 보수신문들은 외면했다. <촛불 900명, 보수 20명 “죽이겠다” 협박> <광화문, 법은 죽었다> <탈취한 경찰봉으로 경찰차 부숴> <‘인민재판’ 당한 경찰관> <복면… 새총… 소수의 ‘시위꾼’ 그룹이 주도> <경찰, 폭력시위 안 막나 못 막나>….
보수신문들에 촛불집회는 불법, 폭력 시위나 다름 없다. 따라서 시민들의 원성은 대단했다. “친정부적 언론이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폄훼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본 것과 다른 왜곡보도”라는 이유에서다.
조선 등은 초기, 정부의 졸속협상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촛불 배후론 등으로 결국 시민사회의 공분을 산 것이다.
내일신문의 8월12일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방증한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10%가 촛불집회에 참가했고 응답자 절반이 조·중·동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조선의 경우 ‘불공정했다’가 48.5%(매우 불공정 20.6%+불공정 27.9%) ‘공정하다’가 20.2%로 나타났다. 중앙도 불공정 45.3%, 공정 27.3%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도 17.0%만이 ‘공정했다’고 답했고 두 배가 넘는 43.5%가 ‘불공정했다’고 답했다.
미디어 전쟁 vs 미디어 비평촛불정국에서 나타난 언론사간 ‘미디어 전쟁’도 언론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학자들은 “촛불보도는 진보 보수 이념에 따라 극과 극의 보도를 보여줬다”며 “결국 이런 양상이 서로를 물어뜯는 공격보도로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실제 조선은 6월28일 기사 ‘시위대 폭력은 덮고 과잉진압 집중방송’ ‘한겨레·민언련, 이번엔 소비자 운동 옹호’ 등으로, 동아는 6월27일 사설 ‘폭력을 두둔 조장하는 일부 매체의 심각한 일탈’로 진보언론에 맹공을 퍼부었다.
진보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경향은 6월28일 1면에 이례적으로 상대 언론사를 비판하는 기사 ‘조중동 강경 부추기고, 정부 여당 끌려 다니고’를 1면에 실었다. 같은 날 9면엔 ‘불량언론 소비자 손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기사도 함께 실었다. 한겨레도 6월30일 ‘조선, 원인 눈 감고 일탈행위 부각’ 등으로 맹비난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언론들은 중대한 국가적·국민적 사안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빌미로 서로 싸우는 데 몰두한 나머지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들을 송두리째 저버렸다”며 “언론간의 반목과 분열을 시민사회의 분열로 전이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부당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과 비평을 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향 이재국 미디어팀장은 “권력을 비호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필연적으로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파적 저널리즘에 대한 양비론적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는 “촛불시위는 미화됐지만 우리 사회의 나누기 현상은 심화됐다. 조·중·동이 공격을 받았는데 KBS, MBC, 경향, 한겨레 모두 문제가 많았다”며 진보언론쪽으로 화살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