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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필화' 연재를 시작하며

권력의 야만·광기에 맞선 기자 정신 되새긴다

김성후 기자  2008.08.20 17: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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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시대, 2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언론 환경의 변화다. 민주화 과정을 거친 한국 내 정치상황이 큰 원인이지만 그 기저에는 기자들이 있었다. 권력의 야만과 광기에 맞서, 때론 권력의 유혹과 부추김을 견디며 펜을 꺾지 않은 기자들이 있었기에 자유로운 글쓰기는 가능하게 됐다.

군사정권은 정부에 반하는 기사를 썼다고, 권력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고 언론인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구둣발로 짓이기고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로 지지고 감옥에 집어넣고…. 시간이 흘렀지만 연루자들은 매년 그때쯤이면 온몸의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떨치기 힘든 기억들에 고통을 겪고 있다.

필화(筆禍)의 사전적 의미는 ‘발표한 글이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재를 받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경우 권력이 일부러 필화를 일으켰던 경우가 많았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야만 권력의 영속성이 가능했던 과거 정권은 국가보안법 등을 방패막이 삼아 필화의 총칼을 휘둘러댔다.

신문사를 압수수색하거나 방송사에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은 이제 원시적이다. 보다 정교하고 지능화된 방법으로 언론에 대응한다. 경우에 따라 그 추악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권력기관 총동원이나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런 사례를 압축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런 의미에서 ‘필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본보는 이번호부터 필화사건을 다룬 기획물 ‘기자와 필화’를 한 달에 한 번씩 연재한다. ‘기자와 필화’를 통해 엄혹했던 시절을 살았던 기자들의 삶과 정신을 들여다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