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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고민 잠시 접고 'esc'

여행·쇼핑·자동차 등 脫한겨레 콘텐츠 눈길

김성후 기자  2008.08.06 1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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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겨울 한겨레 매거진팀 기자들이 한겨레 옥상정원 ‘하니누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안인용, 고나무, 김은형 기자, 고경태 팀장, 박미향, 남종영 기자. (사진=한겨레 곽윤섭 기자)  
 
한겨레 편집국 매거진팀은 ‘탈한겨레’를 추구한다. ‘진보, 민주주의, 소수자 배려’ 등 그동안 한겨레에 내재된 긍정적 기호들의 이면에 가렸던 부정적 가치들, 예컨대 엄숙함, 고리타분함 등에서 탈주를 시도한다. 그런 뜻에서 그들이 만드는 섹션 명칭도 ‘ESC’다. 컴퓨터가 멈출 때 ‘ESC’를 누르면 하고 있던 작업에서 빠져나갈 수 있듯 매거진팀은 ‘ESC’를 통해 ‘한겨레적’이라는 말에 묻은 부정적 가치를 탈색한다. 동시에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잠깐 한숨을 돌리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들은 지난해 5월부터 새로운 리듬의 생활문화매거진 ‘ESC’를 만들고 있다. 매주 목요일 16면씩 발행되는 이 섹션은 그동안 한겨레가 소홀히 다뤄왔던 여행, 요리, 쇼핑, 패션,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완성도 높은 커버스토리, 풍부한 콘텐츠 양은 기존 주말섹션과 차별을 보이면서 젊은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일간지에서 보기 힘든 특색 있는 칼럼들(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김혁의 장남감 공화국,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은 ESC를 떠받치는 든든한 우군이다.

‘ESC’는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한다.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겨레 본지와 달리 재미와 웃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에 치중한다. 멋지게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다. ‘한겨레적’이지 않은 이런 내용들은 간혹 진지한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7월24일자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던 ‘도쿄 백년 맛집 이야기’는 독도 문제와 맞물려 일부 독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따가운 시선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시민편집인은 ‘ESC’의 튀는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사실 이런 지적들은 어떻게 보면 ESC가 안착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첫 호를 발행하기 전부터 ‘한겨레적’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탓에 매거진팀은 이런 반응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런 애정어린 꾸중을 싱싱한 콘텐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전환점으로 만든다.

매거진팀은 고경태 팀장을 비롯해 김은형 박미향 안인용 남종영 고나무 기자 등 모두 6명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로, 6년차부터 18년차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한겨레21, 이코노미21 등 잡지를 제작한 경험을 갖고 있어 기획력이 탁월하고 문체도 기존 신문의 기사체를 넘어선다. 매거진팀이 한솥밥을 먹은 것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주말판 경쟁이 한창 불붙던 당시 한겨레는 96~1백16쪽 분량의 타블로이드 섹션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들이 준비팀에 참여한 것이다. 이 계획은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백지화됐고 결국 지금의 ‘ESC’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까지 61번째 볼륨이 나왔으며, 지난 4월에는 그동안 다룬 내용들을 모아 단행본 ‘ESC-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한겨레출판)’을 발행하기도 했다.

고경태 팀장은 “ESC는 거창한 의미를 찾는 섹션이 아니라 즐거운 생활을 위해 작은 정보들을 얻고, 또 신문 그 자체로서 재미와 웃음, 즐거움을 주는 게 존재의 의의”라며 “신선하고 재미있는 삶을 전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