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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현장] 시민들 "KBS 힘내라"

장우성 기자  2008.07.23 2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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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이 이사회 개최에 앞서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 이사회가 열린 23일 KBS에는 흐린 날씨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후 2시부터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주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편에서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귀를 찌르고 있었다.

'범국민행동'은 KBS 이사회가 이날 정연주 사장 해임권고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다며 이사회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천정배 통합민주당 이명박정권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이 비판 언론을 잠재우기 위해 초법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과 부를 축적해온 사고방식 대로 KBS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국민의 재산인 방송을 이 정권이 대기업과 조중동에 팔아넘기려고 한다”며 “서서 죽더라도 정권에 무릎꿇고 항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KBS 경영인협회, 기자협회, 프로듀서 협회 회원 40여명은 이사회가 열린 본관 3층 대회의실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시민 1백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시각, 이사회가 열릴 본관 3층에는 속속 청원경찰들이 모여들었다.

신태섭 전 이사 대신 보궐이사로 임명된 강성철 이사는 일찌감치 대회의실을 찾아 자리하고 있었다.

3시 30분 경, KBS 경영인협회, 기자협회, 프로듀서협회 회원 40여명이 피켓을 들고 복도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막가파식 이사 해임 법도 원칙도 없다’ ‘공영방송 장악음모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의 구호가 울려 퍼지는 3층에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정연주 사장은 이사회 개최 직전에 도착, 회의실에 들어갔다.

이도영 경영인협회장, 김현석 기자협회장, 양승동 프로듀서연합회장은 유재천 이사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사회측은 거절했다.




   
 
  ▲ 피켓시위를 벌이던 KBS 직원들이 이사회가 열리는 대회의실로 들어가기 위해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더 이상 평화적인 방법만으로는 안된다. 이사회실에 들어가자”고 외치면서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실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일부 이사들은 신태섭 전 이사에게 신상발언의 기회를 줘야 하며, 이사회도 방통위의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관 밖의 상황도 급박했다. 신태섭 전 이사는 이사회 개최 시간에 맞춰 오후 3시 40분 경 KBS에 도착했으나 본관 앞에 막아선 전경들과 직원들에 막혀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신 전 이사는 그 자리에서 항의의 뜻으로 30분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신 전 이사는 “나를 해임시킨 것은 불법이다. 사법부가 판단해야 할 일을 정부가 대신 한 것은 월권”이라며 “해임무효 청구,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투쟁과 함께 국민들에게 부당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KBS 박만 이사가 이사회 참가를 저지하는 시민들에 막혀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고 있다.  
 


같은 시각 후문 쪽에서는 이사회 개최에 항의하며 인간 띠잇기 시위를 벌이던 2백여명의 시민들이 이사회에 참석하려던 박만 이사의 차를 막아서면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보궐이사로 임명된 강성철 이사의 이사회 참가를 저지하기 위해 강 출입하는 차의 탑승자들을 확인하던 중, 박 이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박 이사의 차에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되돌아가라”며 항의했으며 경찰들은 시위대를 거칠게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4명이 연행되고 또다른 1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만 이사는 결국 이사회 참가를 포기하고 시민들에 휩쓸려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이사회가 열리는 대회의실 안팎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피켓시위를 벌이던 직원들은 계속해서 “강성철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한 KBS 기자가 취재 중이던 조선일보 기자에게 “어떻게 들어왔냐”며 항의,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KBS 기자는 “회사측이 SBS 카메라 기자의 출입은 막아놓고 왜 조선일보 기자는 들여보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 반 쯤 이사회 회의는 끝나고 간담회가 시작됐다. 간담회에서도 의견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사들은 박만 이사가 시민들의 저지로 이사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성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도중 박동영 이사, 남윤인순 이사는 개인적 일정을 이유로 회의실에서 빠져나왔다. 중간에 잠깐 모습을 나타낸 유재천 이사장은 신태섭 이사 건에 대한 논의 결과를 묻자 “의견이 분분해 진전이 되지 않는다”고 짧게 대답하고 황급히 회의실로 다시 들어갔다.

6시 반 경 이사와 임원들은 청원 경찰의 호위 아래 하나둘씩 회의실을 빠져나갔으며 시위를 벌이던 직원들은 뒤쫓아 내려갔으나 이사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 이사회가 끝난뒤 시위를 벌이던 KBS 직원들이 본관 앞으로 내려와 시민들과 정리집회를 열고 있다. 시민들은 직원들에게 "힘내라, 힘내라"고 외쳤다.  
 
끝까지 남았던 직원들은 본관 앞에 있던 시민들과 정리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승동 프로듀서연합회장은 “시민들의 힘으로 이사회의 사장 사퇴권고결의안을 막아냈다.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정권은 KBS를 장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힘내라, 힘내라”를 외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어느덧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