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국가기관 총동원…KBS 백척간두

청와대·방통위·검찰·감사원·국세청·이사회까지

장우성 기자  2008.07.23 13:57:44

기사프린트


   
 
   
 
KBS 사장 문제를 둘러싼 안팎의 사건은 정부의 ‘정연주 퇴진’ 시나리오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감사원, 국세청, KBS이사회가 있다.
우선 KBS 논란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문순 의원 “언론통제 배후 이명박”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22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언론통제의 배후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문순 의원은 청와대 류우익 전 비서실장이 KBS 김금수 전 이사장에게 지난 3월 한나라당 이 모 의원을 특사로 보내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이사장과 먼 친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KBS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적극 구현할 사람이 돼야 한다”는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박재완 수석의 말은 현직 청와대 수석의 공식 발언인 데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박 수석이 신동아와 인터뷰한 같은 날,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은 “대통령에게 KBS사장 해임권도 있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논란의 핵심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김금수 전 이사장과 회동에서 여러 차례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동의대에서 해임된 KBS 신태섭 이사가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고 규정하고 18일 돌연 부산대 강성철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했다.

강성철 교수는 박근혜 선거대책위 자문단 등을 거친 친 한나라당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KBS 보궐이사 추천 건이 예정에 없이 긴급 상정된 데다가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이경자 위원이 퇴장한 채 비공개 회의로 진행, 의혹을 증폭시켰다. 신 전 이사는 학교 측을 상대로 해임무효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여서 갑작스런 이사 교체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검찰의 정 사장 배임의혹 수사도 뒷말이 많다. 검찰은 17일 다섯번째 정 사장의 출두를 최후 통첩했다. 정 사장이 출두를 거부하자 이번 주 내로 강제구인, 불구속 수사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검찰 내부에는 강경론과 온건론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나서 중재한 2005년 세무 소송을 두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도 의혹이다. 이 세무 소송은 당시 국세청과 KBS가 각각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원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는 자문을 받고 법원의 판결로 끝맺어진 사건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22일 국회 답변에서 “KBS 전 직원의 고소로 이뤄진 것일 뿐 어떠한 배경도 없다”고 말했으나 의문이 깔끔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검찰 수사와 비슷한 시기에 감사원 특감, 국세청의 외주제작사 세무조사가 이뤄진 것도 ‘오비이락’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검찰 기소-이사회 해임건의-청와대 수용”
KBS 이사회 역시 퇴진 구설수의 정점에 있다. 지난 5월 임시이사회에서 ‘사장 사퇴 권고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소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사들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태섭 이사는 지난 3월부터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가 종합 감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교수직에서 해임시킬 수밖에 없다”는 종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신 이사는 지난달 해임됐고 방통위는 18일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 친 한나라당 성향인 부산대 강성철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했다. 이로써 KBS 이사 11명 가운데 친 여권 성향 인물은 6명이 됐다. 1명도 입장이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이를 포함할 경우 KBS 이사회에서 친여 성향은 7명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 사장을 기소하면 KBS 이사회가 사장 해임건의안을 청와대가 제출하고,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사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이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감사원, 국세청에 걸쳐 KBS와 관련된 일련의 발언과 조치들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CBS가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와 KBS 이사회의 교감 속에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감사원의 특감 결과는 8~9월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정 사장을 이번 달 내로 기소하면 1심 판결은 보통 2개월 안에 이뤄진다. 따라서 앞으로 1~2개월이 KBS의 앞날을 좌우할 격동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